[뷰300]'경력타령'에 대한 유병재의 일갈과 청년비례

최경민 기자
2016.03.26 11:34

[the300]'청년 목소리 대변' 보다 '경력'에 집착한 듯한 홍창선의 막말

방송작가 유병재 /사진=tvN 캡처

"무슨 다 경력만 뽑으면 나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청년들의 애환을 주로 표현해온 방송작가 유병재씨의 명언 중 하나다. 면접현장에서 경력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개숙일 수밖에 없는 우리 청년들이 차마 하지 못했던 그 한 마디. 유 작가는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약간의 '육두문자'까지 섞어 코믹하게 이 말을 해 큰 반향을 이끌었다.

이번 총선 공천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제도 선출 과정에도 유 작가의 일갈을 적용할 수 있을 듯 하다. 기성세대 기준으로 번듯한 경력이 없던 청년후보들은 모두 '수준 이하' 정치 지망생들로 전락해버리고 정치인으로 더 큰 경력을 쌓을 기회를 사실상 상실했다. 접수비용 100만원만 당에 헌납한 채.

더민주는 비례대표 당선안정권(20번) 내에 청년·노동·취약지역·당직자 비례후보 1명씩을 배치할 예정이었다. 이에 송옥주 후보(당직자)가 3번, 이용득 후보(노동)가 12번, 심기준 후보(취약지역)가 14번, 정은혜 후보(청년)가 16번에 배치됐다.

일견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실질 당선권에서는 청년이 사실상 배제됐다. 지지율(30% 내외)과 줄어든 비례대표 의석수(47석)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 당선권은 15번까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2012년 두 명의 후보(김광진 10번, 장하나 14번)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했던 것 대비 퇴보했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7번에 신보라 청년후보를 올린 것만도 못한 상황이다.

청년후보의 당선권 배제는 인위적으로 이뤄졌다. 비례명부 홀수 순번에 여성후보가 배치돼야 한다는 선거법에 따른다면 정은혜 후보가 15번에 들어와야겠지만 더민주는 "예외도 가능하다"며 15번에 남성후보인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를 굳이 넣었다.

배제의 이유로는 '공천 과정의 잡음'이 꼽힌다. 김규완 후보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비서관 출신으로 드러난 후 낙마했고 최유진 후보가 비례대표후보추천관리위 관계자로부터 사전첨삭 지도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퇴했기 때문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비례순번이 발표되기 전 "잡음이 일어났기 때문에 청년비례 후보들이 순번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천 과정의 잡음의 책임을 아무 잘못도 안 한 청년후보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평가다. 서류심사도 제대로 안 하고,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한 공관위 관계자들이 져야 할 책임을 청년후보들에게 전가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정은혜 후보와 남성후보로 비례 24번에 배치된 장경태 후보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아무런 잘못을 한 게 없다.

당이 청년을 바라보는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 당직자는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20년 일해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을까 말까한데, 청년이라고 한 자리 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은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20대 총선을 30일 앞둔 3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청년 비례대표 후보 면접에 참석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 위원들이 후보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16.3.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창선 공관위원장의 말은 더 노골적이다. 홍 위원장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청년비례후보들을 노골적으로 깎아 내리며 청년당원들의 공분을 샀다. 홍 위원장의 말은 다음과 같다.

"수준이 그 거밖에 안 됐다. 어디 직장이라도 사회 경험을 쌓고 그러고 들어와야지, 청년 일자리 하나 구해 주는 게 국회가 아니다. 지금 지원한 사람들의 수준이 아직 아니다. 청년이 뭐 거기 그분들만 청년인가? 청년은 많다. 저희 비례대표에 전문직으로 신청한 사람 중에도 굉장히 우수한 청년이 있다."

청년당원들은 홍 위원장의 말을 번듯한 직장, 전문직이 아니면 청년비례대표의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잘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의 가능성보다 어떤 간판을 달고 있는지에 더 집착했다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인터뷰를 해 봤더니 (후보들이) 아직 준비가 너무 안 됐다"고 했지만, 면접을 봤던 김빈 후보에 따르면 인터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청년비례 후보들이 진짜 수준이하였냐면 그것도 아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정은혜, 장경태 후보만 해도 당에 10년 넘게 몸담으며 청년문제 관련 활동을 해왔다. 면접에서 탈락한 김빈 후보는 국내 유명디자이너로, 문재인 전 대표가 수소문해서 '모셔온' 영입인사다. 현직 시의원, 지방의회 의원도 후보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그 누구라도 원내에 진출했을 경우 비례대표로만 4선을 지낼 동안 법안 대표발의가 '0건'이었다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보다는 더 활발히 의정활동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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