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직도 내겐 너무 어려운 정치

이재원 기자
2017.03.28 05:55

[the300]

"기대요? 정치인들이야 때 되니까 오는거죠. 바뀌나요? 뭐가 바뀌는데요?"

광주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권 교체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경선을 치른 민주당은 물론 바른정당, 국민의당까지 '정치 1번지'라며 몰려드는 호남인데 정작 그곳의 민심은 이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달아올랐던 정치에 대한 관심은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식었다. 탄핵에 관심이 모였던 것도 ‘정치 스캔들’보다 거대한 ‘사건’이자 ‘분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탄핵이 끝나고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간 순간 국민들은 다시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언제나 낮은 투표율을 논하며 시민들의 무관심을 탓한다. 시민들의 낮은 정치의식이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막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보기엔 그들은 아무 매력이 없다. 차이도 느껴지지 않는다. 도무지 표를 던질 이유를 찾지 못한다. 한 시민은 "공중에 붕 떠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한 대선주자는 농촌을 찾았다. 강당에 농민들을 모아놓고 경제성장률과 1년 국가예산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돌아오는 것은 농민들의 하품 뿐이었다. 한 공장을 찾아서도 마찬가지였다. 20여분 이어진 유세에 참석자들의 시선은 창밖으로 흐르는 구름을 쫓기 바빴다.

그나마 '삶을 바꾸는 정치'를 주장하는 후보임에도 이 정도였다. 다른 후보들의 유세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늘 같은 메시지, 어려운 수치, 화려한 수사 뿐이다. 말이 끝날 때마다 환호하는 '팬클럽'조차도 "사람이 좋은 거지 어려운 말들"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땅을 딛지 않은 정치는 시민들에게 공감을 불러오지 못한다. 유권자들에게 어떤 삶을 안겨줄지를 제시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싸움에 빠져있다. 유권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로 구애하면서 유권자들이 이에 맞추지 않는다고 토로할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세일즈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유권자의 손을 잡고 "저희 후보 좀 많이 팔아달라"고 하소연한다. 기자들에겐 '포장'은 잘 된 것 같은데 '물건'이 너무 안 팔린다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내용물이 없는데 물건이 팔리겠어요?"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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