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을지로위' 대통령 직속 격상…역할·기능은 축소

이재원 정진우 기자
2017.05.31 04:26

[the300] '소상공인·자영업자' 전담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임기 중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더불어민주당 조직이었던 ‘을지로위원회(을지로위)’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된다. 다만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위원회 구성에서 빠지고 자체 조사권도 주지 않는 등 규모나 힘이 축소된 형태로 만들어진다. 명칭 변경도 고민한다. 하지만 집권 후 정부 부처가 약자 보호, 공정거래 등을 위한 정책을 펴면 되는데 별도의 정부 기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을 옥죄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민주당과 국정기획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같은 내용의 을지로위 설치 방안을 마련, 청와대와 국정기획위에 보냈다. 최종안은 국정기획위가 작성, 오는 7월에 예정된 대통령 보고에 넣을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될 을지로위엔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 일부 부처 차관급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아닌 장관급 인사가 맡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을지로위의 위상을 격상하되, 대통령 공약보다 축소된 형태로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며 “중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듣는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위는 당초 검찰과 공정위 등을 포함, 재벌개혁을 위한 ‘범정부 위원회’로 꾸려질 예정이었다. 여기에 조사권도 부여하는 등 막강한 기구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대기업들의 갑질 횡포를 잡아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명실상부 ‘서민 지킴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 보호란 당초 취지를 넘어 기업 옥죄기 비판이 일자 당초 안에서 후퇴했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을지로위의 권한이 막강해지면, 경제 활성화를 책임질 기업들이 위축된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됐던 조사권 부여를 백지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범정부 을지로위’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것은 공정위와 검찰 등이 대기업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감시와 조사에 소극적이었다는 판단 때문”며 “집권 후 공정위·검찰 개혁 등을 통해 기능을 정상화 할 계획을 드러내면서 축소된 을지로위로도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정부 부처가 약자 보호 등의 정책을 펴면 되는데 별도의 대규모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비판도 적잖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도 상당하다. 위원회 명칭 변경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원회 격상에 야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과거 이미지를 개선, 상생의 의미를 명칭에 담는 것도 앞으로 한달간 다룬다. 현재까지는 ‘국가을지로민생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유력하다.

국정기획위 핵심 관계자는 “이름을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강력한 브랜드인 만큼 ‘을지로’라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을지로위는 민주당이 19대 국회 시절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자영업자 등 사회적 ‘을(乙)’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당 내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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