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법부 불신에…재판 헌법소원 90% '재판 취소' 요구

백지수 기자
2018.10.03 04:06

[the300]이은재 한국당 의원 "헌법재판소법상 재판 취소 허용 안됨에도 취소요구 연평균 190여건"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뉴스1

전체 헌법소원의 90%가 '아예 재판 결과를 취소해달라'는 요청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을 받다가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느꼈다는 건데, 사법부 불신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헌법재판소(헌재)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5년간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5년 동안 헌재에 접수된 재판 관련 헌법소원심판사건 937건 중 92.7%인 869건이 재판 취소를 요구하는 사건이었다. 재판 취소를 요구하는 헌법 소원이 지난 5년 간 연 평균 173.8건 제기돼 온 셈이다.

재판을 받은 국민이 재판을 받다가 헌법적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느끼면 헌법 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취소해달라는 헌법 소원을 낼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 5년 동안 재판과 관련해 제기된 헌법소원의 90% 이상이 재판 결과 취소 요구였다는 거다. 사법부 판결에 대한 불신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72조는 다른 법률에 따른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거나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청구돼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심 재판 결과나 3심 대법원 판결 등에 대해서는 헌법 소원을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지난 7월까지 접수된 재판 관련 헌법소원 117건 중 95.7%인 112건이 재판 취소 요구였다.

재심 판결이 난 경우에 재판 취소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제기된 재판 취소 헌법소원 869건 중 231건은 재심 판결에 대한 취소 요구였다.

재판관련 헌법소원 대부분이 재판 취소 청구인 만큼 헌법소원 각하율은 연평균 95.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접수된 전체 헌법소원의 97.4%가 각하됐다.

재판 관련 헌법소원은 재판 취소 요구 외에도 △인신 구속이나 공권력 행사 남용, 지나친 신상정보 공개, 과도한 영장 발부 등 재판 과정의 기본권 침해 여부 판단 △국선변호사 선정 등 소송·재판 절차의 헌법적 권리 침해 여부 대한 판단 △재정신청(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재기소를 청구하는 것) 기각 취소 등에 대한 요구가 있다.

다만 이같은 사례에 대한 헌법소원은 지난 5년 동안 재판 취소 요구에 비해 극히 적은 65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기본권 침해 관련 25건 △소송·재판 절차 관련 30건 △재정신청 기각 취소 관련 10건 △기타 3건 등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기본권 침해 관련 소원은 한 건도 없었고 소송·재판절차 관련 4건과 재정신청 기각 취소 관련 1건 등이 헌재에 접수됐다.

이 의원은 이를 국민의 사법 불신으로 해석했다. 재판 결과 자체에 대한 불복이 생기는 것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 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을 없애 재판 취소 관련 헌법소원 건수를 줄이면 헌재의 업무 과중을 줄일 수도 있다는 판단도 가능해진다.

이 의원은 "법에서 금지하고 있음에도 법원의 재판관련 헌법소원 신청이 매년 약 190건 접수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법부의 신뢰회복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같은 불신을 해소하려면 대법원 판결을 공판중심주의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부터 강조된 공판중심주의가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법원 구성원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하급심은 사실심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법원은 순수한 법률심으로서 사법개혁을 정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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