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3600만원(부부 합산) 이하 근로빈곤 가구에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의 혜택을 고소득자가 누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최소 4만7000가구 수준으로 지급 금액은 486억원 규모에 달했다.
연소득 기준으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면서 해마다 11~12월쯤 취업한 고소득자들이 근로장려금을 대거 수령한 결과다. 이같은 방식으로 한달 1000만원 이상을 번 고소득자도 연소득 기준을 충족하며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간 환산소득' 기준 3600만원 이상 소득자 중 근로장려금을 수급한 이들은 4만7000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환산소득은 일한 기간이 12개월 미만 근로자의 월소득을 연소득으로 환산한 개념이다. 한달 소득으로 수천만원을 받고도 연소득 기준을 만족해 근로장려금을 수령한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연간 환산 소득을 포함한 유사 방식으로 고소득자 근로장려금 현황을 수치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승세도 가파르다. 환산소득 연 3600만원 이상의 소득자 중 근로장려금 수급 가구는 △2018년 3만6000가구에서 △2019년 3만9600가구 △지난해 4만7000가구로 증가했다. 2년간 38.2% 급증한 수치다.
고소득자가 수령한 금액 역시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해 환산소득 연 3600만원 이상 소득자가 수급한 근로장려금 규모는 486억원으로 2018년(360억원) 대비 35% 급증했다. 2019년에는 396억원이었다.
근로장려금을 연소득 기준으로 지급한 결과다. 조세특례제한법 100조의3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소득 3600만원을 △홑벌이 가구는 3000만원을 △단독가구는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근로장려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시 말해 12월에 취업한 이들은 당월 소득이 수천만원에 달해도 연간 기준으로 3600만원만 넘지 않으면 근로장려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추 의원에 따르면 실제로 A씨는 2018년 11월부터 2개월간 소득으로 1654만원을 거뒀다. 연간 환산소득 기준으로 9927만원의 고액연봉자임에도 당해 근로장려금 23만9000원을 받았다.
B씨는 2019년 12월부터 일을 시작해 1734만원의 근로 소득을 올렸다. 연간 환산소득이 2억813만원인데 근로장려금으로 103만2000원을 수급했다.
연봉 기준 근로장려금 대상이 아님에도 수령한 이들의 실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 데이터 분석을 간소화하기 위해 연간 환산 소득 기준 3000만~3600만원의 홑벌이 가구나 2000만~3600만원의 단독가구 중 근로장려금을 받은 이들은 이번 통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의원은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해야 할 세금 수백억원이 매년 고소득자에게 지원된다. 제도 설계상의 구멍 때문에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라며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