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실질적 핵보유국' 인정?..."한국 패싱한 북미대화 우려"

안채원 기자
2025.01.21 17:56

[the300]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축하 퍼레이드서 행정 명령에 서명을 한 뒤 펜을 던지고 있다. 2025.01.21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을 의미하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지칭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란 목표를 포기하고 핵군축 전략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북핵 정책 수정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라며 "우리는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온 것을 그가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공식적 핵보유국을 뜻하는 '뉴클리어 웨폰 스테이트'(nuclear-weapon state) 뿐 아니라 실질적 핵보유국을 의미하는 '뉴클리어 파워' 등의 표현도 사용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역시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라는 표현을 썼다.

외교부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도에 대해 우리가 섣불리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지는 아직 그들 스스로조차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점차 정책이나 행동을 통해 구체화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끼리 섣불리 예단하기보다는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혹감도 드러난다. 외교부 당국자는 "헤그세스 지명자가 이야기를 했을 때는 설마 하는 반응이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똑같은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북미대화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축하 퍼레이드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1.21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수정한 게 맞다면 우리나라도 자체 핵무장을 준비하는 등의 전략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는데, 한국이 배제된 상태로 북미대화가 재개되지 않겠냐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군불을 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적어도 핵확산금지조약(NPT)만을 바라보며 핵 문제를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진 건 맞는 것 같다. 한국도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등 주변국들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미국이 북핵 정책의 방향성을 바꿨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 우리나라와 일본"이라며 "핵무장이든 뭐든 우리 정부만 따로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일본 등 주변국들과 힘을 합해서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변함이 없을 것이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이날 출입 기자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금일 언급은 정상 등 대북 관여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응해 왔다고 밝혀 온 트럼프 행정부 1기 및 대선 과정에서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며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으로 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NPT, 관련 안보리 결의 등을 위반해 불법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는바, 우리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 신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와도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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