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회의적→환상적' 태도 바뀐 정부…"대화의 길 터주는 게 목표"

조성준 기자, 이원광 기자
2025.09.29 16:11

[the300]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9.29.

조현 외교부 장관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회동에 대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대응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한국 대표부에서 이뤄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북한과 미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난다면 환상적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를 바란다. 그도 이 요청을 환영했으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조 장관의 이번 발언은 그간 보여온 북미 정상의 만남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에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지난 8월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뤄진 내신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지난달 말 미국 방문 당시 국무장관과 백악관의 여러 참모를 만나 지금 상황에서 새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한다면 핵보유국 자격을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지만, 현재까지의 미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대화가 재개되려면) 미북 간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북미 양측이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대화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조 장관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의 만남에 대해 "외교는 희망만을 근거로 정책을 세워서는 안 되지만 희망을 잃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가운데 B-2 스텔스기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백악관 제공) 2025.09.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9월 들어 입장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이어졌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피스메이커(Peace Maker), 페이스메이커(Pace Maker)'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올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도 미국과의 조건부 대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에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북한이 유엔총회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파견은 미국 측의 정상회담 의지를 파악하고 실제 이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채널을 통해 직접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했고, 북한도 그에 대해 아직 답은 안 했지만 당장 거부를 안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신호"라고 했다.

조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강조한 '중재자' 역할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는 대화하되 남한과는 접촉하지 않는 전략)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한국이 한반도 정세에서 과도하게 배제돼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미국마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한반도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에서 이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구상이 나온 것"이라며 "지금은 중재자 관점에서 길을 터주고 북미가 만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걸 한국의 역할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미 대화 가능성을 회의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북미 간 이렇다 할 논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미국이 대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 것은 없다"고 했다.

위 실장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뤄진 브리핑에서 APEC 정상회담 계기로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느냔 질문에 "지난번(뉴욕 프레스센터 기자간담회)에서 드린 말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외교부와도 교감하고 있으며 제 견해와 큰 차이가 있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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