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의 금수산태양궁전 공동참배 등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건 자신의 후계자로 주애를 사실상 확정지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갑작스럽게 권력을 승계받으며 입지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던 본인과 달리 주애는 어린 시절부터 입지를 다지도록 해 '준비된 지도자'라는 서사를 부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 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지난 1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국방성 지휘관 등 내각 책임간부와 당의 지도간부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장소로 북한 체제의 정통성을 상징한다.
김주애도 이날 참배에 동참했다. 주애가 북한 매체에 노출되기 시작한 2022년 이후 공개 참배는 처음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위치'다. 신문은 주애의 참석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공개된 사진에서는 주애가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의 사이에 서 있다. 추모 행렬의 맨 앞 가운데에 자리한 모습이다.
김주애가 북한 체제의 가장 신성한 장소인 금수산태양궁전에 처음으로 그것도 정중앙에 서 있는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북한이 김주애가 가진 잠재적 계승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신년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은 것도 2023년 이후 처음이다. 두 번 건너뛴 참배 일정을 주애를 대동하며 재개한 것은 올해 초 예정된 제9차 당대회를 앞둔 정치적 행보로도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시 제일 앞줄은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정치국 위원 등 당의 최고 핵심 간부들이 서는 자리"라며 "김 위원장이 서야 할 정중앙에 주애가 배치된 것은 김 위원장이 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울 것임을 '선대수령'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신고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주애는 같은 날 신년행사에서는 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전날(1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년 경축 행사 영상에서 주애는 김 위원장과 리 여사 사이의 정중앙 자리에 앉아 축하 공연을 관람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손을 잡거나 귓속말을 나누는 등 돈독한 모습도 보였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가 시작되는 순간 주애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 위원장 얼굴에 한쪽 손을 갖다 대며 '볼 뽀뽀'도 했다.
주애는 지난해 9월 초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때 동행하면서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부각됐다. 그간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자녀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지도자와 만나는 것은 일종의 '후계자 신고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주애는 지난달 15일 강동군의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서 김 총비서보다 한발 앞서 걷거나, 지난달 20일 삼지연시 호텔 준공식에서 김 총비서의 어깨 위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는 등 의전과 격식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각종 행사 참석에 이어 새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로까지 이어지는 주애의 행보는 올해 초 예정된 제9차 당대회에서 주애에 공식 직책을 부여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과거 김 위원장이 급박하게 승계받았던 것과 달리, 주애는 어린 시절부터 성지 참배와 같은 핵심 의례에 참여시킴으로써 준비된 지도자라는 서사를 점진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이라며 "주애에 당대회에서 직함을 부여하는 것은 북한의 독특한 '수령 유일 체제' 특성상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성년자에 공식 직책을 부여하는 건 김 위원장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주애의 정치적 역량을 확인하는 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직함 부여 방식은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보다는 상징적 지도직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며 "김주애의 질적인 국정운영 참여와 지도자로서의 역량 증명과 검증 과정 등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