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제한' 보폭 맞추는 與지도부...당내서도 '실기' 우려

김도현 기자
2026.03.02 08:00

[the300][업비트는 공공재인가]⑨

[편집자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민간기업의 사유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초법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공공 인프라'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왜 공공재인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빈약하다. 그래서 정부가 설득력이 부족한 공공재 명분을 내세운 건 관치금융을 위한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획을 통해 대주주 지분제한의 논리적 정당성을 점검한다. 또 글로벌 규제 표준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산업 진흥을 위한 합리적 거버넌스 대안을 모색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입장차/그래픽=윤선정

가상자산 2단계 입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주장에 국회에서도 우려가 작지 않다. 당내 일각의 우려에도 여당 지도부는 정부안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반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속한 국민의힘은 정부안에 강하게 반대한다. 법 제정 과정에서 논란이 격화하고 논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대주주 개인의 리스크가 시장 전체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가상자산거래소 지배력이 분산돼야 한다는 게 규제 논리다. 여당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등 당 지도부는 정부안을 수용하자는 입장에 가깝다. 이에 반해 입법 작업을 주도하는 민주당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는 시장과 여야간 이견을 고려해 신중론을 편다.

TF는 엄격한 지분율 규제 대신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대주주 지분율 규제가 그 자체로 공공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 매각이 스타트업 기반인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영권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 의식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안을 지지하는 여당 지도부는 최근 발생한 빗썸 오지급 사태 등을 표면적인 명분으로 제시한다. 익명을 요구한 TF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당 지도부가) 빗썸 사태보다는 당정 관계 파열음을 경계해 정부안을 지지하는 것 같다"며 "속도전이 중요한데 정부안만 고집하다간 법안 처리의 적기를 놓치게 될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강제로 낮추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도 않는다"며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면 은행 등 기성 금융권이 주주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새 시장 육성 취지와 여러 형평성을 고려하면 불공정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내 논의 구조도 정부안을 마냥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야당 동의 없이는 대주주 지분율 제한을 강행하기 쉽지 않다. 국민의힘은 '반시장적 규제'라며 정부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무위 소속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2단계 방향 점검 토론회'에서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 정립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 정부의 규제 일변도식 방침이 매우 아쉽다"며 "이성적으로 판단해 디지털자산업계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TF 소속으로 김 의원과 이번 토론회를 공동으로 준비한 민병덕 의원도 "가상자산거래소를 금융시장의 새 인프라로 본다면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 시장 신뢰 확보 장치인지 정책적 통제 장치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혁신산업에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닌 신뢰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협력 구조 속에서 (가상자산거래소 정책을) 빠르게 설계해야 한다"며 "갈라파고스가 아닌 국제 표준을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

TF는 일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양쪽 주장의 절충안을 만드는 쪽으로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거래소 시장 점유율에 따라 대주주 지분율 제한 기준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차등 규제'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22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정무위원장을 가져간 뒤 정부안을 단독으로 처리해 대주주 지분 제한을 관철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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