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조총련))가 4년 만에 전체대회를 열고 강령에 명시됐던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총련 제26차 전체대회가 지난 23~24일 일본 도쿄 조선회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는 4년만에 열린 것으로 직전 전체대회는 2022년 5월에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제25기 사업 총화와 제26기 과업, 강령 및 규약 개정, 재정 결산 및 예산안 승인, 중앙기관 간부 선거 등이 논의됐다.
총련은 앞으로 4년간 추진할 3대 주력 사업으로 △재일동포 권익 옹호 △민족교육 강화 및 새 세대 육성 △동포사회의 민족성 고수 운동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내는 서한을 채택하고 "총련 결성 80돌을 향한 대회 결정을 무조건 집행하겠다"며 조직 결속과 대중운동 확대, 사회주의 조국 건설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전체대회에서는 강령 개정안도 채택됐다. 개정 강령은 '동포제일주의'를 새 원칙으로 제시하고 국적과 관계없이 재일동포 사회의 화목과 단합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또 동포 권익 옹호와 교육권 보장, 민족교육 고수·발전, 민족성 계승 등을 핵심 과업으로 명시했다.
특히 기존 강령에 포함됐던 통일 관련 조항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총련이 2004년 20차 전체대회에서 채택한 강령 6항은 "6·15 북남(남북)공동선언의 기치 아래 재일동포들의 민족적 단합과 북과 남, 해외동포들과의 유대를 강화·발전시키며 연방제 방식으로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성취한다"라고 규정돼 있었지만, 개정된 강령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신보(총련 기관지)에 공개된 개정 강령을 보면 기존의 통일 관련 조항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개정 전에는 6·15 공동선언 존중과 자주적 조국통일 실현 내용이 있었지만 이번 강령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민족 개념을 대내외 선전에서 사실상 폐기한 이후 총련 강령에서도 통일 관련 문구가 삭제되면서, 북한의 대남 노선 변화가 해외 조직 운영 원칙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총련의 전체대회 개최 사실은 보도한 반면, 통일 관련 문구가 삭제됐다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이번 전체대회에 축전을 보냈다. 직전 전체대회 때는 김 위원장이 '각계각층 동포군중의 무궁한 힘으로 총련부흥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 제목의 서한을 전한 바 있다.
한편, 총련은 1955년 결성된 재일 친북단체로, 한때 50만명에 달하는 총련계 재일동포를 등에 업고 북한의 자금줄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46년 동안 조총련을 이끌어온 한덕수 의장이 2001년 사망해 조직이 와해하면서 2000년대 들어 위상이 약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