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무효·부정선거 사형, 범죄집단 선관위 해체"
4일 오전 8시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 확성기 너머로 격앙된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도화선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뒤엉킨 청사 정문 앞에는 '부정선거 사형' 등의 날 선 문구가 적힌 깃발들이 곳곳에 들어섰다.
간밤 경찰 추산 1200명까지 모여든 시위대는 아침이 되면서 수백명으로 줄었지만 기세는 여전했다. 이들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의 차량 출입을 막겠다"며 청사 정문 앞을 막아 섰다. 선관위 출입문 곳곳을 에워싸고 직원들의 출입도 통제했다. 차량이 선관위 안팎을 빠져나오려 할 때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위대 일부는 달리는 차량 앞으로 몸을 던지며 길을 막았다.
시위대 한가운데서 마이크를 잡은 한 참가자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투표도 못 하고 발길을 돌린 유권자가 한 둘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시위대는 선거시스템의 부실을 성토하고 선관위에 '전쟁'을 선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구도호 내걸었다.
전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 상당수는 송파·강남 등 이른바 '보수 텃밭'이었다. 밤사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역전해 결국 당선됐지만 '부정선거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선관위의 '부실 관리'가 초래한 대혼란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거센 후폭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가 책임을 인정한 만큼 쇄신 요구도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정선거론'은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매번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무혐의로 결론 난 사안이다. 그럼에도 선관위의 치명적인 '행정적 부실'이 또 다시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수면 아래 잠들었던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시위대의 중심에는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 씨가 있다. 전 씨는 "전국에서 부정선거 증거가 넘쳐나고 있다. 선거 결과는 무효"라며 지지자들의 집결을 호소했다. 당초 전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던 시위대는 전 씨의 독려에 따라 심야에 과천 중앙선관위 앞으로 집결지를 옮겼다.
여기에 이미 현장에 진을 치고 있던 '선관위 서버까 운동본부' 회원들과 경기 평택을 재선거에서 낙마한 황교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와혁신' 등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합류하면서 밤새 세가 급격히 불어났다.
한편 전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의 한 투표소 앞 밤샘 대치는 이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200여 명이 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잠실7동 제2 투표소 입구를 막은 채 투표함 2개의 반출을 막고 있다.
이 투표함에는 2000여 명의 표가 담긴 것으로 선관위는 보고 있다. 이들 역시 "부정선거" "선거 무효" "선관위 해체" 등을 요구하며 투표함 반출 중단을 요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