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칸에 1.8억" 새학기 대학가 원룸촌 '미친' 전세난

김종훈 기자, 구유나 기자, 도민선 기자
2016.01.12 05:29

대학 밀집지구 신촌, 중대 주변 돌아보니…높은 보증금에도 전세 '품귀', 울며겨자먹기 '반전세' 선택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주변 부동산 게시판에 한 학생이 매물을 살피고 있다./사진=도민선 기자

"전세 매물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나온다고 해도 16.53㎡(약 5평)에 1억5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까지는 내야 해요."(신촌 한 부동산 중개업자)

"쓸 수 있는 돈은 기껏해야 2000만원인데…1억이 훌쩍 넘는 전세금에 어림도 없어요."(하숙생 문모씨(26·여))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하숙 중인 이대생 문씨에게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5평짜리 원룸이 전셋값 1억8000만원을 호가한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결국 문씨는 올해도 '과 점퍼'를 껴 입고 겨울을 나야 하는 외풍 심한 하숙집에서 매달 50만원을 내기로 했다.

지난 11일 서울 신촌과 동작구 흑석동 등 대학가를 취재한 결과 이 일대의 원룸 전셋값은 낮게는 5000만원에서 높게는 1억8000만원까지 형성돼 있음에도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었다. 새학기를 앞둔 대학생들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평균 50만원 이상을 내야 하는 월세방에 들어가거나 반전세를 택하면서 힘겨운 서울살이를 버티고 있었다.

홍익대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원룸 전세 매물은 1억5000만원짜리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며 "전세 매물을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더 내고 월세를 깎는 반전세를 찾는 학생들도 줄을 잇지만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세는 전체 매물의 1%, 많아야 10%밖에 안 된다"며 "실평수가 3평인 가장 저렴한 매물도 800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세 품귀현상'은 대학 밀집지역인 신촌만의 사정이 아니었다. 중앙대가 위치한 흑석동과 상도동의 원룸 전셋값도 7500만원 선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설명이었다. 이 일대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원룸 전세 매물이라곤 상도역 주변에 남은 1곳뿐"이라며 "이 매물도 금명간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이화여대 후문 주변 원룸촌./사진=구유나 기자

결국 대학생들은 새학기를 앞두고 값비싼 월세를 내며 원룸에 몸을 누일 수밖에 없다.

전북에서 올라온 중앙대 학생 김모씨(25)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내고 6.5평짜리 5층 원룸에서 산다. 김씨의 방은 책상 앞 의자를 뒤로 돌려 손을 뻗으면 가스렌지가 닿을 정도로 실평수가 좁다. 2014년 입주 당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었지만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주인을 졸라 지금 조건에 합의했다. 그러나 김씨는 "옆집의 소음이 심하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여름철 집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원룸 매물은 부동산 20군데를 돌아도 찾기 힘들다"며 "결국 원룸을 계약하는 학부모들에게 '월세에 생활비까지 매달 200만원 정도는 부담할 생각을 하셔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낡은 월세방이라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정도는 내야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이런 방에 계약했다가 3개월도 못 살고 나가는 학생이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전세 품귀현상'은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과 이를 찾는 대학생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집주인들은 기준금리가 연 1.5%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세 보증금 대신 높은 월세를 선호하는 반면 대학생들은 수천만원의 보증금을 내더라도 매달 5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는 입장이라는 것.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던 한 여학생이 집주인에게 사정해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5만원으로 간신히 합의했다"며 "저금리 기조 속에서 월세를 올리려고 하는 집주인이 많아 공인중개사가 조정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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