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오늘 마운드 오른다…위기 속에 지켜낸 '허슬 두'의 가치

젠슨 황, 오늘 마운드 오른다…위기 속에 지켜낸 '허슬 두'의 가치

최경민 기자
2026.06.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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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두산그룹은 위기였다.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가 그룹을 덮쳤다. 채권단은 일부 자회사 및 자산 매각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안 마련을 압박했다. 여기에는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등의 매각에 나서면서도 "두산베어스를 팔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구단 운영에서 나오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룹이 휘청이는 중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자산으로 분류된 것이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을 비롯해 총 6회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 단순한 야구단이 아니라 그룹의 자존심이자 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같은 두산베어스의 상징적 의미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언급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두산베어스 일본 전지훈련장을 찾아 "4위, 5위 하려고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서 베어스다운 야구로 팬들에게 보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두산베어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허슬(Hustle) 두'를 주문한 것이다.

위기에도 우직하게 열정을 발휘하는 '베어스 정신'을 유지한 덕일까. 두산그룹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친 후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체제를 종료하는 것에 성공했다. 경영 정상화 이후에는 상승세다. 소형 건설장비를 만드는 두산밥캣은 연 이익 1조원을 기대할 수 있는 알짜회사로 거듭났다. 에너지 안보가 화두인 시대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영위하는 터빈, 원전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 대 KT 위즈 경기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 겸 두산 베어스 구단주가 잠실구장 본부석에서 응원을 하며 관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 대 KT 위즈 경기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 겸 두산 베어스 구단주가 잠실구장 본부석에서 응원을 하며 관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kim.jinkyung@

두산그룹의 시선은 이제 AI(인공지능)로 쏠린다. 두산 전자BG의 AI 가속기용 CCL(동박적층판), 두산로보틱스의 로봇 등에 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한국을 찾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두산그룹은 황 CEO의 방한을 계기로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노리고 있다.

여기서 다시 '야구단'의 가치가 증명됐다. 야구광인 황 CEO가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 간 프로야구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과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미국), 웨이취안 드래곤즈(대만)의 홈 경기에서 시구를 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두산 입장에선 그룹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끝까지 지켜냈던 야구단이, 미래 사업의 발판 역할을 하게 된 모양새다.

황 CEO가 마운드에 오를 때 타석에는 박정원 회장이 들어선다. 황 CEO는 엔비디아 창립연도(1993년)를 의미하는 93번을, 박 회장은 두산 창립연도(1896년)를 의미하는 96번을 유니폼에 새기고 야구장을 찾는다. 재계 관계자는 "양사 간 파트너십이 더욱 강화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게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황 CEO는 두산 전자BG가 생산하는 AI 가속기용 CCL의 원활한 공급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윈-윈' 격의 결과물이 황 CEO의 시구를 계기로 마련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로봇 역시 협력 대상이다. 지난 4월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는 경기도 성남시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를 방문했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PC방 T1 베이스 캠프를 방문해 사인을 해주고 있다. (공동취재) 2026.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PC방 T1 베이스 캠프를 방문해 사인을 해주고 있다. (공동취재) 2026.6.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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