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건물 두 채를 준다는 유언, 실현가능하려면?

조혜정 조혜정 법률사무소 변호사
2016.01.18 03:58
조혜정 변호사

C씨는 1년 전 아버지가 주신 자필유언장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는 1년 전 위암 진단을 받자 C씨를 조용히 불러 전 재산인 시가 60억 상당의 건물 두 채를 준다는 내용의 자필유언장을 주고, 비밀로 하라고 당부하셨다. C씨의 두 동생들이 알게 되면 분란이 생길까 염려하신 것이다. 최근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C씨의 두 동생들 아버지의 의중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C씨는 아버지의 유언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 유언장으로 건물 두 채를 자신이 상속할 생각이다. C씨는 과연 아버지의 자필유언장으로 건물 두 채를 무사히 상속받을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C씨가 아버지의 자필유언장으로 건물 두 채를 무사히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필유언장에는 그것만으로는 상속등기를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법은 자필증서,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녹음 등 5가지 유언방식을 정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공정증서와 자필증서가 주로 이용된다.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인이 작성한 공정증서로 유언하는 것인데, 상당한 공증수수료가 들고 증인의 신원조회를 하는 절차가 있어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자필유언은 혼자 유언내용을 쓰면 되니까 돈이 안 들고 간단하다. 사람들은 보통 공정증서유언과 자필증서유언이 똑같이 법적인 효력이 있는데 굳이 돈 들여 유언공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필유언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다. 자필유언과 공증유언은 유언자 사후 유언내용집행과정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공증유언은 별도 절차 없이 유언내용을 집행할 수 있지만, 자필유언은 집행절차가 상당히 길고 복잡해질 수도 있다.

C씨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아버지 사후 C씨가 아버지 명의 건물을 상속하려면 C씨 명의로 상속등기를 해야 하는데, 자필유언장을 들고 상속등기하러가면 등기소에서 유언검인조서를 받아와야 등기가 된다고 한다. 등기예규에 유언이 자필증서로 작성된 경우에는 유언검인조서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C씨가 검인조서를 받기 위해 가정법원에 검인(檢認)신청을 하면, 가정법원은 검인기일을 정하고 C씨와 두 동생들을 참석시켜 C씨가 보관하고 있는 자필유언증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검인기일에 나온 C씨의 동생들이 순순히 아버지의 자필이라고 수긍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아버지 자필이 아니고, 도장도 아버지 도장이 아니다’는 식의 거짓말을 하게 되면 사태가 복잡해진다. 가정법원의 검인은 일정시점에 일정한 내용의 유언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을 확정하는 절차일 뿐이고, 유언증서의 효력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두 동생들이 검인기일에 아버지 자필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더라도 법원은 그 말이 진짜인지 따지지 않고 그 발언을 검인조서에 고스란히 기재한다.

문제는 검인조서에 ‘유언자 자필이 아니고 도장도 유언자 도장이 아니다’는 내용이 있을 경우에는 추가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인조서 외에 유언 내용에 따른 등기신청에 이의가 없다는 다른 상속인들의 진술서(인감증명서 첨부) 또는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한 유언유효확인의 소나 수증자 지위 확인의 소의 승소 확정판결문을 있어야만 상속등기를 할 수 있다.

결국 C씨가 아버지 유언내용대로 건물 두 채를 받으려면 두 동생들에게 일부 재산을 나눠주고 동생들이 상속등기에 협력하게 하거나, 두 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소확정판결을 받는,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C씨가 이런 결과를 원치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아버지를 설득해 유언공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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