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다. 순식간에 물이 도시를 타고 넘쳐 흘렀다. 한강도 이 비를 다 받아내지는 못했다. 결국 한강 하류의 행주대교 부근 제방은 물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한강을 타고 넘쳐흐른 빗물은 일산 등 경기도 일대로 흘러가 마을을 집어 삼켰다.
26년 전인 1990년 9월12일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홍수로 꼽히는 '한강 대홍수'가 일어났다.
그 해 9월 9일부터 12일까지 한강 일대를 포함한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다. △경기도 이천 581mm △수원 529mm △강화 512mm △홍천 508mm △양평 491mm △서울 486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경기도 이천, 수원 등지에서 한시간에 내린 비의 양이 59mm에 달했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하루 동안 296.3mm의 강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비로 한강 하류의 수위는 감당할 수 없은 속도로 상승했다. 한강 인도교 수위도 위험 수준인 10.5미터를 훌쩍 넘은 11.27미터까지 올라갔다. 결국 일산제방의 하단이 무너져 고양군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다. 한강의 제방 붕괴를 발생시킨 최악의 홍수로 기록된 것이다.
이 홍수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농부들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한강의 격류가 고양군 지도읍 신평리 강둑을 무너뜨리며 쏟아져 들어가 민가와 농지를 덮친 것이다. 이 물난리는 능곡과 일산을 거쳐 수막산까지 이어졌다.
당시 가축들과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물 위로 살짝 올라온 지붕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렸다. 농경지 5,000여ha가 침수되었으며 불의의 사고로 이재민이 된 5만여명의 주민들은 행주산성 등 인근 고지대로 대피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기록된 이재민의 수는 18만7265명이었다.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태어난 지 3개월이 채 안된 갓난아기는 부모가 불과 20분 외출한 사이 지하셋방 안 수위가 30cm까지 차올라 물에 잠겨 숨졌다. 이 외에도 대홍수로 인해 사망하거니 실종된 피해자는 126명.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던 서울 아파트 주변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만들어진 흙탕물 하천에서 아이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하는 기이한 상황도 각종 매체에서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