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아빠가 롤러스케이트를 사주셨고, 엄마는 생일 케이크를 사주셨는데 부모님은 언제 퇴원해 저와 함께 사나요?"(김포공항 내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부부의 외동딸)
30년 전 오늘(1986년 9월14일), 김봉덕·옥금숙씨 부부는 미국으로 떠나는 친정 어머니와 오빠를 배웅하기 위해 김포공항(당시 김포국제공항)을 찾았다.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어머니와 오빠는 5년만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들을 배웅하는 자리에는 20여명의 친정 식구들이 함께 있었다.
3층 출국장에서 배웅을 마치고 내려온 이들은 입국장 밖으로 나와서도 바로 헤어지지 못했다. 이들은 택시 정류장 앞에서 끝내지 못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순간 입국장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서 펑 소리와 함께 폭발물이 터졌다. 사람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현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사건으로 김씨 부부를 포함한 일가 친척 4명이 사망했다. 이들의 빈소에선 남은 가족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공항관리공단직원 1명도 목숨을 잃었다. 19명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들 중에는 함께 공항을 찾았던 김씨의 외동딸(9)도 있었다.
아이는 병원에서 생일을 맞았다. 부모가 숨진 사실을 몰랐던 아이는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삼촌과 이모들에게 부모의 안부를 물었다. 삼촌과 이모들은 아이가 눈치챌까 눈물을 삼켜야 했다.
경찰은 이 폭발물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추측했다. 6일 뒤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방해하려는 목적에서 저지른 테러라는게 경찰의 분석이었다.
폭발물은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공항 내 경비를 강화한 탓에 공항 내부에 설치하지 못하고 건물 외곽 쓰레기통에 설치한 것으로 보였다.
사건 직후 경찰은 서울시경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사를 이어갔다. 폭발물을 다룬 적이 있거나 시국에 불만을 가진 2만8000여명의 명단을 뽑아 사건 전후 동태와 행적을 조사했다. 하지만 수사는 미궁에 빠졌고 결국 범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는 사건 당시 숨진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추모비가 건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