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정부가 정하는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르면서 세금처럼 내고 있어요. 그런데 전기요금이 과연 적정하게 계산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불공정한 약관으로 무효입니다."
2년 전 8월,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가 한전을 상대로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반환청구 첫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기자에게 연락을 해왔다. 지인 10여명이 소송에 참여했고 추가 소송인단을 모집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이전까지 유례가 없는 소송이라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했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기자 역시 대학시절 자취생활을 하면서 무더운 여름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봤다. 적잖이 속이 쓰렸지만 '뭐 어쩌겠어'라는 푸념이 전부였다. 정부가 원망스러웠지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안 했다.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가열되자 여러 개선책을 내놨지만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절전만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곽 변호사를 취재하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면서도 전기공급 약관을 두고 다툰다는 것이 가능할 지 의아했다. 그러나 소송은 현실화 됐고 원고인단은 최초 10여명에서 최근 2만명을 돌파했다.
소송의 쟁점은 '한전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규정한 약관이 무효인지 여부'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한전은 이익을 보지만 소비자들은 불이익을 보고 이를 회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약관은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라는 것이 원고인 소비자들 주장이다. 반면 한전은 산업부 인가에 따라 요금을 징수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적으로 총 9건의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2년을 끌어온 재판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선고가 세 번이나 연기됐다. 결국 오는 6일 오전 10시 한전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 반환소송 첫 선고가 내려진다. 사법부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