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용무도(昏庸無道).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
전국 대학 교수들은 매년 연말이 되면 한해 동안 사회구조적 문제를 꼬집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혼용무도'는 지난해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다.
혼용은 고사에서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를 지칭하는 혼군과 용군을 합친 말로,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없어진(무도) 현 사회문제의 책임을 군주 즉 지도자에게 묻는다는 말이다.
당시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줬다"며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면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다. 후반기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2014년에 선정된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지금도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쓰인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얼토당토않은 것을 우겨서 남을 속이려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곽복선 경성대 교수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 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사회 선문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2013년도엔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사자성어가 꼽혔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이다.
도행역시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는 "박근혜정부 출현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낙렬 금오공대 교수협의회장은 "새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유신시대를 떠올릴 정도로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했고, 김선욱 숭실대 교수는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부녀대통령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과거 답답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정에서 민주주의의 장점보다 권위주의적 모습이 더 많이 보인 한해였다"고 꼬집었다.
강재규 인제대 교수는 "경제민주주의를 통한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공약들은 파기되고 민주주의의 후퇴와 공안통치 및 양극화 심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다면 어떤 후보들이 있을까. 최근 다수 언론들은 청와대가 책임 모면을 위해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을 두고 '제2의 지록위마'라고 지적한다. 2013년 사자성어 후보였던 '이가난진'(以假亂眞·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도 언급된다.
국회에선 '후안무치'(厚顔無恥·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이 없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연관지어 '국정농단' '꼭두각시' '허수아비'라는 재치있는 글로 현 사태를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