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이야 대부분 단출하지만 많은 가족이 모이는 집이라면 가족 중 보험모집인이 있어 다른 가족들은 무언의 압박을 받기도 한다. 2023년 말 26만명이던 GA(독립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가 2025년 6월 말 30만명을 넘어 계속 증가하니 이런 상황이 단순한 가정만은 아니다.
GA 소속 설계사가 늘어난 배경에는 모집수수료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제공한 자료를 인용한 한 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2020년 10조원 규모던 보험모집수수료가 2025년 32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보험설계사들의 수입증가로 직결된다. 그간의 물가상승이나 경제규모 확대 등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설계사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또 더 많은 보험설계사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보험모집수수료가 증가한 원인을 분석해보자. 모든 증가요인은 물량의 증가와 가격의 상승으로 나눌 수 있다. 보험모집수수료도 보험계약건수 증가와 보험모집수수료율의 상승 두 요인으로 분해 가능하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와 상장 손보사들의 IR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면 2020~2022년 대비 2023~2025년 신계약 실적은 1.5~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결국 모집수수료가 1.5~2배 정도로 증가한 것은 보험시장이 확대된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데이터에서 모집수수료가 3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므로 결국 보험모집수수료율이 크게 인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보험업계 관계자와 언론매체는 IFRS17 이후 벌어진 과당경쟁에서 원인을 찾는다. IFRS17 적용 이후 CSM(계약서비스마진) 확보경쟁이 격화하고 이로 인해 판매채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고객이 낸 보험료는 1차로 보험금 지급과 운영경비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보험모집수수료와 보험회사의 보험영업이익(즉 CSM)이 된다. 업계 주력 상품군인 건강보험의 경우 보험모집수수료와 CSM 합계의 비중은 대략 40% 이내로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최근 보험모집수수료 증가는 상대적인 힘의 변화로 보험사의 몫이 줄고 보험판매채널의 몫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집수수료 집행 증가액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상장 B생보사의 경우 연납화보험료 대비 모집수수료 비율이 2022년 90% 수준에서 2025년 1~9월 124%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1대0.85던 모집채널과 보험회사 CSM의 배분비율도 1대0.44로 악화했다.
필수재인 보험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보험설계사의 소득증가와 보험설계사수 증가는 분명 긍정적인 면이 크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보험회사의 몫이 줄어들면 꼭 확보돼야 할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보험계약에 수반되는 위험을 충분히 커버하려면 보험회사의 적정이익 확보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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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순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킥스비율 관리와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때문에 배당을 하지 못하는 보험사가 많은 현 상황의 이면에는 이러한 과당경쟁과 사업비 급증이 작용한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적절하게 유통비용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결국 피해는 주주와 계약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타율'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