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청계광장]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노진호 경제평론가·경제학 박사
2026.02.20 02:05
노진호 경제평론가
노진호 경제평론가

올해 재정지출은 예년보다 규모가 커졌다. 상반기 중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예상된다. 그래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복잡한 정치적 의사결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며 이윤도 추구하지 않는다. 이런 독립성은 중앙은행이 (지폐와 동전을 제외한) 현실적인 통화발행의 주체인 정부와 은행을 견제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하지만 독립성만으로 통화정책이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은행의 국채보유 확대, 한국은행의 은행감독 강화와 법정 은행 지급준비율의 대폭 인하가 필요하다. 이유를 살펴보자.

지난해 4분기 경제지표는 안 좋았지만 올해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뿐 아니라 의결문에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문구까지 삭제했다. 경기회복 신호가 아직 나온 것도 아닌데 금리인하 가능성마저 서둘러 봉쇄한 이유는 2월 초 공개된 의사록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과 환율이 불안해서다.

부동산 투자는 일자리, 교육, 주택공급, 국회에서 결정되는 세율 등에서 기인하는 장기 기대수익의 영향을 받는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그의 '21세기 통화정책'에서 통화정책은 너무 둔탁해 부동산 가격안정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잘못 사용하면 고통스러운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금 과장하면 대포로는 새를 잡을 수 없고 엉뚱한 것만 파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통화정책 외 수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 환율도 마찬가지다. 통화의 삼중난제(the monetary trilemma)에 따르면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환율안정과 통화정책의 독자성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으며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쉽게 통제하기도 어렵고 정부 정책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부동산 가격과 환율을 한국은행이 성장이나 고용보다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통화정책의 효과성이 제한된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가 통화정책 탓으로 돌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기준금리와 장·단기 시장금리, 은행 대출금리가 자주 다르게 움직인다.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지급준비금이 시중 유동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신호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일종의 요구불예금이다. 은행은 지급준비금이 부족하면 파산한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거나 은행이 국채 등의 안전자산을 충분히 보유했다면 필요시 중앙은행과 다른 은행을 통해 지급준비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이런 원리를 이용해 국채매매나 은행간 신용대출, 또는 국채 담보대출 등의 기준이 되는 금리를 정한다. 우리는 이를 통화정책이라 부른다.

선진국 은행들의 의무 지급준비율은 대부분 제로다. 은행은 위험하지만 수익성 높은 대출자산과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낮지만 안전한 국채 등의 비중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은행의 지급준비금 잔액과 기준금리 수준이다.

그런데 국내 은행들은 고객 예금잔액의 7%까지 이자수익이 전혀 없는 지급준비금을 의무적으로 쌓아둬야 한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들은 예금부채 대신 지급준비금 적립의무가 없는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은행채 발행금리에는 민감해지는 반면 지급준비금 관리를 위한 안전자산의 보유와 기준금리의 변화에는 둔감해진다. 이는 기준금리와 장·단기 시장금리, 은행 대출간 연계를 약화한다. 은행채 발행규모가 커지면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고 금융불안의 시기에는 기업의 유동성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의 의무 지급준비율이 높게 책정된 이유는 한국은행이 평상시 은행의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변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두꺼운 완충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재정흑자로 인해 국채가 부족하고 금리보다 통화량을 중시하는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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