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경찰 1만명이 비리 등으로 징계를 받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충격적 발언이 나왔다.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이 27일 경찰청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경찰의 반성을 촉구하며 한 말이다. '1만명'은 그 자체로도 엄청나지만 전체 경찰관(11만여명, 의경 제외) 숫자를 고려해도 큰 규모다. 사실이라면 어느 국민이 경찰을 믿고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길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경찰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비리 징계 1만명'이란 수치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도형 경찰청 감찰담당관(총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경찰 징계 건수는 800명 내외이고 이중 절반 정도는 경징계"라며 "박 위원장 발언이 어떤 경로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금품 수수 등 비리를 저질러 '파면'(최고 징계수위)에 이른 경찰은 6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본지 확인 결과 박 위원장의 말은 해당분과 전문위원이 작성한 모두발언 자료를 읽은 것인데, 이 전문위원은 모 언론사 사설에 나온 내용을 인용했다고 한다. 해당 언론사가 이달 24일 보도한 사설에서는 "매년 각종 비리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경고까지 포함하면 1만명이 넘는다"는 부분이 나온다.
'경고'는 경찰 징계양정에 포함되지 않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조치다. 통상 떠올리는 비리 혐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경찰 신분증을 분실하거나 근태 문제 또는 부하 직원 잘못에 대해 해당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을 때 경고를 준다. 일종의 훈계 조치다.
경찰공무원 징계양정에 따르면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등 6가지 징계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파면·해임·강등·정직은 중징계, 감봉과 견책은 경징계에 속한다. 경찰에 따르면 작년의 경우 징계인원의 절반 이상인 460여명이 경징계, 나머지 300여명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에 해당하진 않지만 경고 처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1만명이 넘을까? 경찰은 "맞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언론사 사설에는 '경고를 포함한 징계 숫자가 1만명'이라고 나왔는데 (박 위원장이) 경고 부분을 빠뜨리고 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민감한 수치를 정확하지 않게 발언한 건 문제다. 더구나 경찰을 질타하는 지적이라면 사설을 인용하기보다 명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따졌어야 했다.
그렇다고 매년 중징계 처분을 받는 '300여명'이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경찰관의 성범죄와 음주운전, 금품수수 등 각종 비위와 일탈은 끊이지 않는다.
경찰은 새 정부 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 이슈에서 어느 때보다 유리한 고지에 섰다. 이번 정부에서는 반드시 수사권 독립을 이루고 압수수색 영장도 직접 청구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다.
하지만 숙제가 많다. 국민들로서는 검찰이 밉다고 경찰이 저절로 미더워지지는 않는다. 쇄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굴러온 기회를 걷어차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