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법 내전, 결론은 '재판 독립성'

송민경(변호사) 기자
2017.06.29 15:50

[the L]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 비공개 회의장 앞에 다과들이 준비됐다. 그러나 회의장에 들어서는 100명의 판사들 가운데 누구도 다과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잔뜩 굳은 이들의 표정에선 비장함이 묻어났다. 일선 판사들의 절박함을 짐작케 했다.

이날 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요구와 판사회의 상설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달됐다.

9일 뒤 양 대법원장이 입을 열었다. 판사회의 상설화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 일선 판사들의 절박함을 받아안은 결과다. 양 대법원장은 최근의 사법부 내홍 사태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태의 발단은 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인사시스템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판사들의 학술행사를 축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사법부는 둘로 쪼개졌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의 익명게시판은 서로를 비난하는 판사들의 글로 얼룩졌다. 심지어 대법원장을 “양승태씨”라고 부르는 글까지 올라왔다.

겉으론 입장이 갈리지만 양측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바는 같다. 바로 법관의 독립성이다. 한쪽은 대법원장이 개별 판사의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것을 우려했다. 일부 일선 판사들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을 위해 법관들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고 봤다. 다른 쪽은 정치권 등 외부권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것을 걱정했다. 이들은 판사회의의 요구가 자칫 대법관 제청권을 확보하려는 국회의 의도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양 대법원장이 판사회의 상설화를 수용해 일선 판사들이 법원행정에 참여할 길을 터준 것은 양쪽 모두의 이해를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선택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헌법을 존중하는 한 누구도 판사의 재판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지 못한다. 부디 판사회의 상설화가 법관의 재판 독립성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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