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됐을 때 환자 한 분, 한 분만 생각하며 돌볼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한창 꿈을 키워가야 할 시기의 간호학도 2학년생 정모씨(21)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막상 간호사가 돼도 만연한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교육을 빙자한 집단 괴롭힘)과 쉴 틈 없는 업무 때문에 환자를 대하는데 소홀할지 모른다는 고민이다.
간호계 실태를 파헤친 '간호사 떠난다, 한국을' 기획 기사를 취재하며 만난 간호학도들 상당수가 정씨처럼 혼란과 걱정에 빠져 있었다. 환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치료하겠다는 순수한 마음가짐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움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인공심장 박동기 삽입수술을 받은 할머니를 돌보며 간호사를 꿈꾸게 됐다는 홍모씨(20)도 "간호사를 꿈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환자와 관련된 걱정이 아니라 태움과 격무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환자를 우선으로 여기겠다는 이들의 다짐은 가혹한 현실 앞에 쉽게 바스러진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신규 간호사(경력 1년 미만)의 이직률은 38.1%(6437명)에 달한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한 간호사들은 5명 중 4명 꼴로 간호사 이외의 다른 직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전북 한 간호대학 3학년 문모씨(22)는 "한국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게 된 후로 공공기관 취업 등 여러 가지 진로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불합리한 관행 등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이달 20일 대응책을 내놓았다. 2022년까지 5년간 신규간호사 10만명을 추가 배출하고 '신규 간호사 교육·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내용이 골자다. 간호계도 26일 '간호 조직 체계 및 문화 혁신 선언식'을 갖고 태움 근절 등 자정을 선언했다.
이번 대책이 흔들리는 간호학도들의 꿈을 잡아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처우와 근무체계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간호사를 배출해도 현장을 떠나버리고 그 어떤 선언도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근본 해결책은 비용과 연결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분명한 건 국민의 건강을 최일선에서 지키는 게 간호사라는 점이다. 보다 긴 호흡으로 깊숙한 환부를 도려내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