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동 지하철 4호선 차고지에서 27년째 전동차량 점검을 맡고 있는 김모씨(54·서울교통공사 소속)는 올 한 해만 동료 3명이 감전으로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중 1명은 3도 화상을 입고 현재까지도 치료 중이다.
김씨는 동료들의 부상이 잦은 이유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김씨는 "DC(직류) 1500볼트의 강력한 전압이 흐르는 전차로에서 다치지 않으려면 1명은 차량을 정비하고 다른 1명은 안전을 점검하는 2인1조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현재는 그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전체 90여명의 정비원들이 기존에는 3조 3교대로 일하다가 약 5년 전부터 비용절감 등을 위해 4조 2교대로 쪼개졌다. 1조당 20명 정도의 인원이 배정되는데 이처럼 근무조는 늘어나지만 인력 충원은 없다 보니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산업재해가 하청 비정규직에게 몰리는 경향도 뚜렷하다. 이른바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한 사건에서 3명 이상 숨진 산업재해는 모두 28건, 숨진 노동자는 모두 109명이었다. 이 가운데 85%(93명)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이처럼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넘기는 것은 책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의원이 공개한 산업재해 사건 중 원청 사업주가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영국에는 일명 '기업살인법'이라고 해서 안전사고가 나면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정책을 짠 원청 기업도 처벌받도록 하는 법이 있다"며 "원청 기업 정책 담당자들도 안전 사고에 책임을 지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2월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작업 현장에서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원청업체 사업주도 하도급업체 사업주와 마찬가지로 1년 이상∼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현행 법에 없었던 하한선을 둔 게 개정안의 요지다.
재계는 개정안에 즉각 반발했다. 개정안은 올 10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로 넘어왔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4일에 이어 26일 오전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산업 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 내용을 논의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