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효율을 내세운 무인화가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혁신에 따른 무인화가 안전 강화를 위한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JR(일본여객철도) 동일본의 역무원들은 인력이 부족해 한달에 5~7회 숙직을 하고 출퇴근 시간에도 혼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2014년 JR 동일본 수도권 가와사키역에서 외주 작업 차량이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 열차가 진입하면서 탈선 사고도 발생했다.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JR에서 본사 인력 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험을 외주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벌어진 사고의 피해는 대부분 하청 노동자의 몫이었다. 민영화 후 JR이 출범한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사망을 포함한 중대 재해를 당한 노동자 342명 중 약 80%(275명)가 하청 노동자였다.
김 연구위원은 "철도망이 촘촘하고 길어 외진 역이 많은 일본에서 무인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사고 대응·노동 시간·사회적 약자 배려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철도 등 공공 분야에서 값싸게 사람을 쓰기 위해 무인화를 강행하지 않도록 잘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따른 무인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지적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는 앞으로 5~10년 내 무인화로 일자리 약 105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앞으로 5년간 전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상위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무인화가 모두 안전 공백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인화가 위험한 작업에서 사람을 해방시켜줄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스위스 벤처기업인 플라이어빌러티(Flyability)는 좁거나 장애물이 있는 공간의 안전 점검에 활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했다. 이 드론은 장애물에 부딪혀도 추락하지 않아 광산·발전소·항공기 등을 쉽게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안전관리 분야에 새로운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소방 분야에서는 화재를 스스로 탐지한 후 로봇이나 드론이 직접 불을 끄는 등 무인 소방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화재 안전관리 기술과 관련된 국제 특허출원 공개 건수는 2013년 41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늘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은 사람의 힘이 덜 들어가는 과정으로 발달했고 자동화·무인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무인화 자체가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인화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놓치지 않도록 다른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