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당하고 나서 일상 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분들도 있어요. 전화 해서 울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는데 일단 고소부터 하라고 하죠. 그런데 당한 사람이 끝까지 사기꾼을 믿고 고소조차 잘 안 하려 해요. 지금 고소를 해버리면 내 돈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하면서 무서워서 고소를 안 한다는 사람도 많아요.”
각종 금융 사기 피해자 지원 모임을 운영 중인 A씨는 사기를 당하고 난 후 피해자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실제 사기 범죄는 피해자들의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사기꾼이 법적 처벌을 받고 피해금을 회수하는 등 피해가 회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안정화씨(37·가명)는 지난해 여름 검찰을 사칭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씨의 통장 계좌가 명의도용으로 신용 거래를 할 수 없게 됐으니 그 전에 다른 계좌로 돈을 옮겨놔야 한다고 것이었다. 당장 계좌이체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은행 앞까지 갔던 안씨는 “은행 앞에서야 정신이 돌아와 ‘돈을 넣지 않겠다’고 했더니 욕을 하며 끊었다”며 “지금은 뻔한 보이스피싱 같지만 그 때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고, 이후에는 어떻게 이런 데 속을 수 있나 스스로가 바보 같고 자책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안씨 만이 아니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7년 12월 발표한 ‘2016 전국범죄피해조사’에 따르면 절도나 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무력감이나 자신감 상실 등 ‘우울함’(34.3%)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두려움’(20.9%), ‘불면증, 악몽, 환청, 두통’(16.4%), ‘고립감’(11.6%)을 겪고 있다는 이들도 적잖았다. 심지어 ‘사회생활 및 인간관계에 곤란을 겪고 있다’(11.5%)는 답도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조영오 범죄통계센터장은 연구서에서 “지난 6년간 사기나 절도 등의 재산범죄피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내용을 살펴본 결과, 사기 등의 재산범죄 피해를 당하고 난 뒤 무력감이나 자신감 상실 등 우울함을 경험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기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한 이들이 21.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37.8%) ‘증거가 없어서’(23.7) ‘다른 방식이나 개인적으로 처리·해결해서’(11.23%),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10.12%)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전혀 모르는 사람’에 의해 범죄가 발생한 경우는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았다.
사기꾼을 잡는 게 쉽지 않아 신고해도 실제 피해회복과 처벌로 이어지기도 힘들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 범인이 모두 검거된 경우는 전체의 19.3%, 아무도 검거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79.7%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니 사기를 당하고 피해금을 회수했다는 이들은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않았다. 피해액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가 83.3%로 회수율이 17%도 채 되지 않았다. ‘일부 회수했다’는 15% ‘전부 회수했다’는 1.62%였다.
A씨는 사기꾼을 잡기 힘든 이유로 “피해자들이 자기가 어떤 과정으로 사기를 당했는지 잘 모르고, 사기를 당해도 사기당한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다 보니 경찰과 검사에게 제대로 말도 못하고, 돈 불려달라고 마냥 맡겨놨다가 사기 당했으니 그걸 잡을 수 있겠냐”고 답답해했다. 또 “사기꾼들도 피해자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돈을 준다’는 식으로 회유하고 피해자들은 이를 믿는다”며 “그래서 고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