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 제보자X로 알려진 지현진씨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만나기 전에 MBC 측과 여러 차례 사전 접촉한 통신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기자 등에서 주장하던 이른바 '권언유착' 공작 정황의 핵심 증거를 포착하고도 이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은 필요한 부분은 확인하고 수사했으며, 관련 자료나 설명을 공판 과정에서 공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윤 총장의 감찰을 진행했던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도 이 통신기록을 수사팀으로부터 넘겨받고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과 함께 '권언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던 점을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감싸기로 규정하고 징계 청구를 강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가 공정한 감찰을 진행한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 취재를 종합하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이끌었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지씨가 MBC 측과 지난 2월 접촉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지씨의 통신내역을 제출받아 수사기록으로 남겨놓았다.지씨가 이 전 기자를 처음으로 만난 지난 2월24일에 앞서 MBC 측 관계자와 통화하는 등 방법으로 여러차례 접촉한 증거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씨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대신해 채널A 기자들을 만난 인물이다. 그는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내려 했다며 이 사건이 이른바 '검언유착'이라며 MBC에 제보했다. 하지만 열린민주당 등 범여 인사들과 교류가 잦았던 지씨가 채널A 기자에게 신라젠 로비 장부가 있는 것처럼 속이고, 채널A 기자를 만날 때 몰래카메라를 동원한 상황이 드러나면서 또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권언유착'을 통해 지씨가 이 전 기자를 속여 한 검사장을 '검언유착' 공모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작을 꾸몄다는 내용이다. 그는 MBC 첫 보도가 나오기 일주일 전 페이스북에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의 사진을 게시하며 '이제 작전 들어갑니다'라며 올린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지씨와 MBC 측이 사전에 접촉했다는 단서가 드러나자 중앙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권언유착' 의혹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고 한다. 지씨 등의 공작 여부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추후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이었다. 특히 지난 7월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수사팀 내부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권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나온 것이 거의 없다. 지씨 및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MBC 기자가 여러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나, 강제수사가 없었던 만큼 '검언유착' 수사와 비교하면 진행 정도가 미진하다는 평이다. 지난 4월에는 채널A와 함께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됐지만 MBC만 기각된 사실도 있다.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앙지검을 겨냥해 "비례 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며 질책성 말을 꺼내기도 했으나,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이 사건에서 배제됐다.
지난 10월 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위해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의 수사기록을 복사해 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도 지씨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찰담당관실에서도 '권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언유착' 의혹 수사 방해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로 삼는 게 타당한 지에 대해 반발이 크게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5일 징계위 2차 심의를 앞두고 감찰기록을 열람한 윤 총장 측도 이같은 내용을 일부 확인하고 증인심문에서 이 부분을 다루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측도 지씨의 통신기록을 확보했으며 2월에 MBC 측과 여러 차례의 통화기록이 존재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제보자X가 평소에도 다양한 언론 관계자분들과 연락하시는 걸로 알려져 있지 않느냐"면서 "통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라 말했다. 이어 "수사팀이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부분 확인하고 수사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재판부의 소명 요구도 있고 피고인 쪽에서 요청도 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나 설명을 공판에서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앞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기자 측은 재판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이 지씨와 MBC 측의 통신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수사기록을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통신기록 유무에 대해 반박없이 이 전 기자 사건과의 관련성 문제만 거론했다고 한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번주 재판부에 지씨와 MBC 측의 통화내역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기자 측은 "수사팀에서 지씨에 대한 통화내역을 조회한 것이 맞는지, 맞다면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해 가치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의 의견서를 낼 것"이라며 "본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지씨의) 통화내역을 제출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