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기초조사도 없이 '판사 사찰 의혹' 끼워 넣으려 했다

오문영 기자
2020.12.16 18:08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사진=뉴시스

법무부가 '판사 사찰 의혹'을 기초 조사도 없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사유에 포함시키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 발표를 불과 두 시간 앞둔 상황에서 "판사 분석 문건에 대한 작성 경위는 조사 했느냐"는 물음에 심재철 검찰국장은 "안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기초 조사가 급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 취재를 종합하면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오후 2시10분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류혁 감찰관, 김태훈 검찰과장, 박은정 감찰담당관, 조두현 장관정책보좌관 등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 추 장관이 약 4시간 뒤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발표를 진행할 계획 임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2시간 넘게 징계 사유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 징계 처분의 근거가 된 '판사 사찰 문건'을 처음 접한 류 감찰관은 1시간 반에 걸쳐 '법리적으로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류 감찰관은 심재철 검찰국장 등이 설득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자 오후 4시쯤 "그럼 판사 분석 문건에 대한 작성경위는 조사한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심 국장은 "그건 안 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국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낼 당시 해당 문건을 한동수 감찰부장을 통해 법무부에 전달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후 박 담당관은 이정화 검사에게 조사지시를 내렸다. 이 검사는 오후 5시쯤 해당 문건을 작성을 총괄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에게 전화해 작성 주체와 경위 등을 물었다.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한 첫 조사였다. 이후 추 장관은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를 발표했다.

판사 사찰 혐의가 급조됐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달 13일 윤 총장 감찰조사를 위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 차출됐던 김용구 인천지검 형사1부장은 부당한 지시라며 반발해 하루 만에 파견이 취소됐다. 당시 법무부가 김 부장검사에게 윤 총장 관련 감찰조사를 맡기며 제시한 혐의에는 '판사 불법사찰'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손 담당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던 이 검사도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진술서에 담아 감찰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검사는 진술서에 "손 담당관과의 면담 내용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박은정 감찰담당관 사무실로 가게 됐고, 그곳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결정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다"고 적었다. 이 검사는 판사 사찰 혐의를 검토한 결과 윤 총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이 부분이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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