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사태 발발 이후 나프타 수급 불안 등에 시달렸던 국내 화학사들이 '깜짝 흑자'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석유제품 인상 추세 속에 K화학 기업들의 기본기가 빛을 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 1분기 16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560억원 적자, 이전 분기 2390억원 적자에 그쳤던 것 대비 흑자전환을 달성한 것이다.
회사 측은 '래깅 효과'를 실적개선의 비결로 지목했다. 과거 값싸게 들여왔던 원료를 비싸게 가공해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28일 이란 사태 발발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유, 나프타, 각종 석유제품 가격들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었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원재료 수급 불안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도 석유화학부문의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긍정적인 재고 래깅 효과 등으로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기업 자체적인 노력도 있었다. 양철호 LG화학 석유화학 경영전략그룹장은 "석유화학 부문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강도 높은 비용 절감, 포트폴리오 개선, 구조적 경쟁력 강화 노력을 기반으로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월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상황은 한화솔루션도 마찬가지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341억원으로 전년비 137.4% 개선됐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8.5%에서 올해 1분기 2.5%로 상승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이 흑자전환한 것은 2023년 3분기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K화학의 진면목이 드러난 모습도 포착됐다. 김승국 한화솔루션 케미칼담당은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는 지난해 약 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흑자"라며 "중동 지역 공장이 이란 전쟁 여파로 셧다운되면서 전체적인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 (흑자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래깅 효과 등에 힘입어 그동안 적자에 허덕여온 롯데케미칼 역시 올 1분기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과잉공급 등에 시달려온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 실적을 반전시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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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인해 나프타 수급 문제는 여전히 100%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불황으로 인해 석유화학 전방수요 회복 역시 더딘 상황이다. 이란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경직은 석유화학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화 기업들이 유의미한 반등을 하기 위해서는 이란 사태의 조기 종식과 업계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며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스페셜티 전환을 잘 해낼 경우 K화학의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