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찍어내기'가 실패한 결과는 엉뚱하게 현직 검찰총장을 차기 대선주자 1위로 만드는 참사(?)로 이어졌다. 현상적으로만 놓고본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제자리에 그대로인데 검찰총장을 향해 "내 명을 거역한다"던 법무부 장관이 사표를 내고 윤 총장의 징계를 재가했던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이는 '하극상'이 벌어졌다. 용수철을 한껏 잡아당겼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탄성력을 감당하지 못해 놓게되면 빠른 속도의 운동에너지로 인해 반대쪽까지 튀어나가게 된다. '차기 대선주자 윤석열'을 만든 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총장을 대선주자로 만든 에너지는 상당 부분 여권으로부터 비롯된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현 정부가 그를 적폐청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드라마틱하게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서 생긴 에너지다. '조국 수사'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윤 총장을 핍박하는 방향으로 틀었지만 이 역시 현 정부의 대척점에 있는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다는 점에선 윤 총장의 에너지를 키웠다는 게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정치분석실장의 분석이다.
윤 실장은 "첫번째 에너지는 눈덩이를 앞으로 굴린 것이고 두번째 에너지는 뒤로 굴린 것인데. 결국은 눈덩이만 커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을 대선주자로 만든 에너지의 원천이 단지 현 정부와 맞선 데 있는 것이라면 윤 총장의 지지율은 당분간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윤 총장은 오는 7월 말까지 검찰총장으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퇴임 후 정치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지만 임기 중단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실상 해소된 상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 등에 따라 또다시 수사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최근 청와대 기류를 보면 검찰과 안정적 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차기 대선을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임명직인 검찰총장이 미래권력으로 부상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표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야권 단일화 등 정치권의 에너지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구심점이 돼야 할 미래권력으로서 검찰총장직은 행동반경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나 여당에 대해 검찰이 먼저 강공을 펼치는 것도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스스로 뭔가를 만들긴 부담스럽고, 밖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는 줄어드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윤 총장은 스스로 빛나는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란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뿐이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반론도 있다. 대통령 권력에 맞서 단지 버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특히 대통령의 '권력남용'과 '권력형 비리'를 막는 보루 역할을 하기 위해 버텼다는 가치 측면에서다. 이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 시절부터 국정농단 특검, 문재인정부의 적폐수사, '조국 수사' 이후 '살아있는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일관된 그의 태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인정받은 바 있다.
검찰총장 취임 후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화두로 새로운 리더십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이번 감찰과 징계 청구, 직무정지, 복귀 등 일련의 과정은 국민들에게 이를 직접 확인시켜준 계기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인사권이라도 '법의 지배'에 따라 실현되지 않으면 '가짜 민주주의'라는 점을 몸소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면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모습이나 국감장에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국민의 검찰' 등의 발언 등을 통해 국민들 눈에 지도자다운 이미지로 각인되는 데 성공했다"며 "대통령이야 말로 헌법의 수호자인데 윤 총장이 유독 헌법 정신이나 공직자의 자세, 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을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의 자리는 다시 검찰총장이다. 검찰총장은 형사사법 집행의 총책임자로서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당분간 윤 총장 역시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검찰 조직을 이끄는 데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 용수철의 탄성력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복원력에 불과하다. 제자리를 벗어나 도약하기 위해선 국민들이 그를 정치로 이끌어내는 제3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대선주자는 국민들의 부름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