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스테이블코인, 월렛 전쟁이 온다

[MT시평]스테이블코인, 월렛 전쟁이 온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2026.02.19 02:05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격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은행이 될 것인지, 비은행까지 허용할 것인지, 빅테크의 참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제도설계 논의가 이어진다. 그러나 이 논쟁은 산업경쟁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결승선은 아직 멀다. 진짜 싸움은 발행 이후에 시작된다. 그리고 그 전장은 분명하다. 바로 월렛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디지털화폐다. 하지만 화폐는 쓰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사용성을 결정하는 것은 발행구조가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접하는 월렛이다. 어디에 보관되는지, 얼마나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지, 결제와 투자·금융서비스로 어떻게 확장되는지가 스테이블코인의 생명력을 좌우한다. 결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발행주체간 경쟁이 아니라 월렛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 시장은 이미 이 흐름을 보여준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보한 주체들은 발행사라기보다 월렛과 플랫폼을 장악한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별도의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결제, 송금, 유통, 자산관리 기능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사용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한다는 인식조차 없이 플랫폼을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비트코인, 이더리움, RWA(실물자산토큰) 등 여타 디지털자산으로 확장이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기업들은 피할 수 없는 선택에 직면한다. 월렛을 '자체역량으로 내재화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 솔루션을 활용할 것인가'다. 비용과 운용효율의 관점에서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지만 월렛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중심으로 올라설 수 없고 부차적인 사업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융소비자는 프라이빗 키 관리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는 점에서 월렛에 대한 신뢰는 핵심 경쟁요소다.

월렛은 단순히 코인을 담는 주머니가 아니라 인증과 결제, 송금과 투자, 나아가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결합하는 핵심 관문이다. 그래서 월렛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슈퍼월렛이 돼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플랫폼을 순환하는 기본 유동성이 되고 사업자는 사용자 체류시간과 서비스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이때 비로소 스테이블코인은 전략적 자산으로 거듭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순간 금융사와 빅테크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 발행자격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더 많은 사용자를 자신의 월렛에 머무르게 하는지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월렛을 부차적 기능으로 취급하는 기업은 설령 발행사가 되더라도 산업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논의의 주제는 '누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넘어가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승자는 사용성 기반의 월렛을 선점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월렛을 지배하는 자가 결국 스테이블코인, 나아가 디지털자산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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