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시장에서 각종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 인턴 경력 등 '스펙 전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 준비 중 가장 높은 벽으로 '스펙의 상향 평준화'를 꼽는다. 눈에 띄는 점은 6개월 내지 1년 사이의 '미니 경력'도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 신입'(인턴 등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신입사원)을 채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437개사)을 놓고 볼 때 전체 신입사원 중 중고 신입의 비율은 34.7%였다. 2020년 26.1%에서 1년새 7.6%포인트 상승했다.
취준생들도 스펙 상향평준화를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가까이 보험 관련 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신모씨(여·27)는 "기업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신입사원은 적게 뽑고 취준생은 늘어나면서 취업 준비생들이 스펙 상향 평준화된 게 체감됐다"며 "신입채용인데도 토익이나 제2외국어 자격증을 넘어 관련 분야에서의 경력이 기본 스펙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채용 방식을 잇달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에 대한 불만도 크다. 1년 가까이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태현(가명·남·28)씨는 "수시 채용으로 경력직 채용이 우선시 되다 보니 기업 공채 인원 선발이 너무 적다"며 "입시처럼 가고자 하는 곳을 '하향 지원'해 입사해도 결국 만족하지 못해 이직하려는 친구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새로 만들어내는 채용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를테면 '채용 연계형 인턴제도'는 값싼 인턴 노동력을 몇개월간 부려 먹고 언제든 내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대학생 정모씨(23)는 "채용 연계형 인턴제도는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최저임금을 주변서 맞는 사람인지 간 보는 것"이라며 "취준생 입장에서 거기서 떨어지면 끝인데 다른 회사에는 경력으로 내밀지도 못한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대학 졸업 후 6개월째 취업 준비 중인 A씨(26)는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35만원 넘게 지출했다. 인·적성 검사 책을 구매하고 온라인 강의까지 수강하면 과 온라인 강의 비용까지 합하면 지출한 비용이 50만원이 넘는다.
A씨는 "문과생이라 어학점수랑 자격증으로 '그럴듯하게' 채워놔야 안심이 된다"며 "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도 돈이 많이 들어서 가끔 버겁기도 하다"고 했다.
대학생 정모씨(23)도 "기업이 전형 과정에 새로운 걸 도입하는데 그걸 하나하나 발맞춰 따라가는 것도 큰 장벽"이라며 "갑자기 기업에서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도입한다든지, AI(인공지능) 면접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 준비하려면 다 돈"이라고 했다.
취업 준비에 투자한 비용이 많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은 연봉이 높은 기업을 꿈꾸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정씨는 "월 실수령 300만 원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취하는 입장에서 빠듯하게 투자하며 취업 준비를 했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여유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친구 중에는 힘들게 회사를 들어갔지만 연봉이 기대에 못미쳐 2주 만에 나온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예체능을 전공한 이모씨(29)는 "여태껏 직업을 구하기 위해 등록금, 레슨비 등에 투자했던 비용을 추산하면 수천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눈 낮춰서 연봉이 적은 회사부터 단계적으로 이직하라는 말은 너무 청년들의 상황을 모르는 속 편한 소리 아닌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