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일용직 일했던 형사…"돈 지켜주고 싶어" 현장 다니는 이유[베테랑]

김도균 기자
2023.03.04 07:00
지난달 9일 김영모 강원 강릉경찰서 형사과 강력4팀 경위(40)의 특별승진 기념식이 열린 모습./사진=김영모 경위 제공

"형사님 혼자 나선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아요."

강원 강릉경찰서 형사과 강력4팀 김영모 경위(40·이하 형사)가 노동조합의 건설 현장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벌이며 들은 말이다. 현장 소장들은 "(노조의 불법행위가) 오랜 관행이었는데 왜 이제서야 수사를 하느냐", "우리만 피해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형사는 "당신 한 명이 움직이면 또 다른 피해를 본 사람 100명이 움직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그가 이렇게 간절하게 수사를 진행한 이유는 자신이 대학생 시절 3년간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다. 형사가 돼 반드시 부조리를 바로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건설현장 일용직에서 '건폭' 잡는 형사 되기까지

경찰이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경찰관 6명이 관련 성과를 인정받아 특진했다. 지난 2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김 형사도 그중 한 명이다.

김 형사는 지난달 9일자로 경사에서 경위로 1계급 올라섰다. 2년에 걸쳐 강원도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6곳에서 건설업체 관계자에게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노조 전임비·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6000여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일당을 잡아들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형사는 지난해 12월말부터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혐의 사실은 어느 정도 파악됐지만 이내 난관에 부딪혔다. 조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피해자인 현장 관계자들이 진술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노조원들이 보복할까 걱정됐고, 자신들이 진술해도 건설현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도 있었다. 김 형사는 가명으로 진술 조서를 작성하겠다고 설득했다. 또 보복이 있다면 반드시 추가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김 형사는 본인이 일용직으로 일했던 경험을 활용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만나 "내가 일용직으로 일할 때 5만원을 받으면 조합에 5000원을 소개비로 떼줬는데 그 돈이 정말 아까웠다"며 "새벽마다 나와서 일해서 번 돈을 지켜주고 싶다"고 설득했다.

피해자들도 김 형사의 진심에 차차 마음의 문을 열었다. 어렵게 마음의 문을 연 피해자를 만나기 위해 강릉에서 여주까지 150km를 달려 가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노조원의 협박이 담긴 녹취록을 제공했다. 비노조원으로 건설기계를 운용하던 그는 '기계를 빼라'는 등의 강요에 못이겨 50만원씩 3회에 걸쳐 돈을 바쳤다. 그런데도 더 큰 금액을 요구하는 노조의 협박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렇게 얻은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김 형사는 수사 착수 2개월여만인 지난 1월17일 이들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달 9일 김영모 강원 강릉경찰서 형사과 강력4팀 경위(40)의 특별승진 기념식. 김 경위와 팀 동료들의 모습./사진=김영모 경위 제공

'따뜻한 형사'…"약한 사람들 지켜드려야죠"

김 형사는 201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해 1년여를 제외하곤 모든 경력을 형사·수사 부서에서 쌓았다. 항상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2019년 강릉의 한 떡집 사장이 김 형사를 만나 "이상한 일이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 사장은 "떡을 먹다가 이물질이 나와어 치아가 깨졌다는 사람이 있어 20만원을 물어줬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다른 식당에서 같은 이유로 8만원을 물어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김 형사는 "큰돈은 아니지만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게에서 돈을 송금한 계좌번호를 보니 같은 번호였다.

해당 계좌에 대한 영장을 받아 입출금 내역을 조회해보니 200여회 이상 식당 사장들에게서 돈을 뜯어낸 흔적이 있었다. 적게는 6만원부터 많게는 30만원까지 금액도 다양했다. 피의자는 서울, 경기,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유명 맛집을 상대로 범행을 벌였다. 다른 지역의 경찰서와 협업한 끝에 2019년 4월 당시 40대였던 피의자를 검거했다.

김 형사는 앞으로도 시민에게 따뜻한 경찰로 남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 형사는 "사회 곳곳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들을 위해 발로 뛰는 경찰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나와 우리 경찰이 그런 사람들을 세심하게 신경쓰면 안전한 나라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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