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법해라, 다치면 본인 책임"…실내 클라이밍 인기 줄어든 이유

김지성 기자
2023.11.28 06:03
실내 클라이밍.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하모씨(29)는 얼마 전 서울 송파구의 한 실내 클라이밍(인공암벽)장에서 클라이밍을 하던 중 2m 높이에서 떨어져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하씨는 초보자였지만 클라이밍장은 별다른 안전 교육 없이 '부상 시 본인 책임'이라는 서약서에 그의 서명만 받았다.

실내 클라이밍을 하던 중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클라이밍으로 부상을 입은 이들은 이용자의 부주의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시설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크게 세 종목으로 나뉜다. 정해진 루트를 최대한 빨리 올라가는 '스피드'와 정해진 시간 내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리드', 약 4~5m의 낮은 인공암벽에서 특정 홀드(암벽에 부착된 구조물)만 타고 올라 톱 홀드를 잡는 '볼더링'이다. 대다수 실내 클라이밍 센터는 초보자와 경험자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더링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클라이밍 경험이 있는 이들은 특히 초보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암벽 높이가 낮게는 1~2m에서 높게는 4~5m에 달하는 만큼 추락 시 부상 위험이 있지만 이를 대비할 만한 안전 교육이나 관리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년여 클라이밍을 한 강모씨(31)는 "처음 오면 입문패키지라고 해서 2시간 정도 강습을 받고 낙법 교육 등을 해주지만 실전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지인이랑 같이 왔다고 하면 초보자도 그냥 입장하는데 그러다 사고가 자주 난다"고 말했다.

1년 반 동안 클라이밍을 했다는 직장인 김모씨(33)는 클라이밍 강습을 받던 중 잘못 떨어져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지만 부상의 책임은 오롯이 김씨의 몫이었다.

김씨는 "발목 부상 후 클라이밍장에서 해준 건 다쳐서 못 나가는 동안 이용권 사용 기간을 연장한 것뿐"이라며 "1년 반쯤 혼자서 하다가 좀 더 잘 해보고 싶어 강습을 받은 건데 부상으로 한 달 동안 치료받느라 결국 관뒀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클라이밍으로 인해 발목, 척추 등이 골절돼 치료 중이라는 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부상 정도와 사례를 공유하며 클라이밍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클라이밍을 했다는 자영업자 정모씨(32)는 "클라이밍을 꽤 오래 했고 하네스를 입고 야외 외벽도 타봤지만 다행히 아직 다친 적은 없다"며 "'암장(클라이밍센터) 투어'라고 해서 다른 암장을 가보면 안전관리 안 되는 곳이 많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다닌 곳은 센터장이 상주하면서 '위에 사람 있으면 그 밑으로 걸어가지 마라', '루트 겹치지 마라', '착지할 때 팔다리로 짚지 마라' 등 수시로 주의를 준다"며 "클라이밍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하는 사람과 관리자 모두 안전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실내 클라이밍 시설 25개소를 조사한 결과 추락 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바닥 매트의 폭이 좁거나 매트 설치 상태가 미흡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시설 25개소 모두 등반 벽 높이가 3m를 초과했는데 이 중 24개소의 추락면 전면부 또는 측면부 일부 구간의 매트 폭이 유럽 표준(전면부 2.5m 이상, 측면부 1.5m 이상)에 비해 좁았다. 22개소는 전면부 매트 폭 일부가 2.5m 미만이었고 24개소는 측면부 매트 폭이 1.5m 미만이거나 측면부에 매트가 아예 없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인공암벽장 이용 시 본인 실력에 맞는 루트를 선택하라"며 "완등 후에는 뛰어내리지 말고 클라이밍 다운 방식으로 내려오는 등의 안전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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