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인 1993년 1월 7일 새벽. 충북 청주시 우암동에 있는 지상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쿵' 굉음과 함께 폭삭 주저앉았다.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 진화 작업 중 누출된 LP가스(액화석유가스)가 폭발하면서 건물이 삽시간에 붕괴한 것이다.
주민들이 자고 있던 새벽이었던 만큼 피해는 컸다.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28명은 무너져내린 천장과 벽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이재민은 370여명에 달했다. 조사 결과 건물 붕괴의 근본적 원인은 화재가 아닌 무리한 설계와 부실 공사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새벽 0시40분쯤 우암상가 아파트 지하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은 누전으로 추정됐다. 잠자리에 들려던 한 주민은 고무 타는 냄새를 맡고 집 밖으로 나왔다가 치솟는 불길을 보고 소방서에 신고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깊은 잠에 빠진 이웃들을 깨워 밖으로 내보냈다. 소방 당국이 출동해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1층에 이어 2층까지 불길이 집어삼키자 주민들은 급히 4층 옥상으로 대피했다.
일부 상인들은 물건을 꺼내기 위해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다행히 1시간 20여분 만에 화재는 거의 진압됐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1층에 타 버린 LP가스통 비닐 호스에서 가스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곧이어 LP가스통 10개가 연달아 폭발했고, 아파트 건물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굉음과 귀를 때리는 사이렌 소리, 사람들의 비명까지 겹치면서 주변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건물은 성냥갑 찌그러지듯 주저앉아 윤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들과 지하로 내려갔던 상인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건물 잔해에 깔렸다. 총 28명이 목숨을 잃었고, 4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재민 370여명은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었다.
당시 우암상가 아파트는 지은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이었다. 1981년 완공된 소형 아파트는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이뤄졌다. 지하층과 1층은 상가, 2~4층은 주거용이었다. 사고가 났을 때는 총 59가구 390여명이 거주 중이었다. 건물 가운데는 어린이 놀이터로 공간이 비어있는 구조였다.
평소 지하상가에서 LP가스를 사용하는 등 문제가 화재의 발단이었지만, 건물 붕괴로 이어진 원인은 따로 있었다. 조사 결과 우암상가 아파트가 내려앉은 이유는 무리한 설계 변경과 자재 불량 등 전형적인 '부실 공사' 때문으로 밝혀졌다.
당초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허가받은 건물은 건설 과정에서 자금난으로 건축업자가 3회 이상 바뀌었다. 그때마다 설계도 변경됐다. 기초 구조는 보강하지 않은 채 4층과 옥탑까지 증축했고, 상가 수를 늘리기 위해 기둥을 없앴다.
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불량 자재가 사용됐을 뿐만 아니라 철근을 설계에 맞춰 배열하는 간격도 불균형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서는 자갈과 나뭇조각 등 이물질이 발견됐다. 실제 시료 분석 결과 콘크리트 평균 압축 강도도 규정에 미치지 못했다.
청주지법은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공동 건축주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사고 2년 4개월 만인 1995년 5월 건물이 무너진 자리에는 지하 1층~지상 8층의 평화상가 아파트라는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