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멍? 어린이집 다녀온 딸에 아빠 심장 '쿵'…"우리 애가 물렸다"[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09.13 08:00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29주차 > 영아간 '물림' 사고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 말 못하는 아이에게서 부모가 모르는 상처를 발견하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사진=최우영 기자

수습기자 교육을 받을 때 단골 레퍼토리로 나오는 게 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안 된다. 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가 된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을 물면 어떨까.

알고 싶지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던 중 왼쪽 종아리에 또래의 잇자국이 분명한 상처를 발견했다. 아이가 코감기나 중이염은 앓아봤지만 외상을 입은 건 처음이라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그런데 주변 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일이 그리 드물지는 않았다.

"우리 애는 직장 상사의 자녀를 깨물었어요"
네이버 검색창에 '어린이집 물림 사고'만 쳐도 이렇게나 많은 최신 사례들이 줄줄이 나온다. /사진=최우영 기자

처음 겪는 일은 역시 경력자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아기를 키웠던 주변 부모들에게 물어보니 "꽤나 자주 있는 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물린 종아리 사진을 본 한 친구는 "그만하면 다행"이라며 "힘을 제어하기 어려운 영아간 물림 사고에서는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크게 다치는 일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포털 검색창에 '어린이집 물림 사고' 또는 '영아간 물림 사고'를 치면 굉장히 많은 사례가 나온다. 물리는 부위도 턱, 팔, 얼굴, 몸통 등 각양각색이다. 물린 상처가 심하면 흉터가 나지 않도록 레이저 시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나마 우리 아이는 살점이 패이지 않고 멍자국 정도만 남은 게 다행이라고 느꼈다. 물림 사고를 겪은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주변 경험담 중에는 "우리 애도 물렸다" 못지 않게 "우리 애가 물었다"도 많았다. 아직 사람이 덜 된 아기들이기 때문에 누구든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후배는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남편 상사의 아이를 물어 일반적인 물림 사고보다 훨씬 더 난감했다"고도 전했다.

일단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이 됐다. 경험자들은 "보통 문 아이 집에서 연고 등 치료제와 함께 간단한 사과 편지를 써 보내는 게 '국룰'(대다수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습)이다"고 알려줬다. 다만 온라인에서 사례들을 보면 상대 부모가 무대응으로 일관해 분통이 터졌다는 후기도 종종 있었다.

진심 담긴 상대 아동 부모의 손편지
아이 가방을 통해 전해진 상대 부모의 마음. 똑같이 애 키우는 입장에서 이해하기로 했다. /사진=최우영 기자

상대 부모가 어떤 사람일지 모른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했다. 보편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어린이집 알림장 댓글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상대방 가정에서도 사고를 인지하도록 해달라"는 정도만 남겼다.

주말이 지난 뒤 하원하는 아이 가방에 조그만 쇼핑백이 담겼다. 우리 아이를 문 아이의 엄마가 쓴 손편지와 연고, 머리핀 세트가 들어 있었다. 길지 않은 편지글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게 느껴졌다. 편지를 받기 전에는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죠!"라는 거친 반응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머릿속에서 수십번씩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편지를 읽으며 이런 걱정이 눈녹듯 사라졌다.

오랜만에 받아본 손편지에 오히려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죠. 앞으로 이런 일 안 일어나게만 부탁합니다"라고 답장을 쓸까도 고민했다. 주변 부모들이 이건 말렸다. 한 친구는 "난 가해자 부모 입장이었는데 너무 미안해서 답장은 바라지도 않았다"며 "굳이 상대방 아이 부모 마음 가볍게 해주겠다고 답장을 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내 아이가 다쳤을 때 너무 좋게만 매듭지으려 하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진 않다"고 조언했다. 사과는 받아주되 재발 방지를 위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는 뜻이었다.

아쉬운 어린이집 대응…항의하기 쉽지 않은 부모의 속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 수차례 정독한 어린이집 교사 출신의 웹툰. 전국 어린이집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받는 항의나 비판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면 '구나' 작가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진=네이버웹툰

사실 이번 물림 사고에 대한 어린이집 대응이 제일 아쉬웠다. 아이가 하원할 때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 집에서 먼저 아이 종아리 상처를 발견한 뒤 어린이집에 물어봐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다. 담임 교사가 하원 교사에게 해당 내용을 미처 전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알림장은 통화가 끝난 뒤 저녁시간에야 올라왔다. 어떤 아이가 물었는지도 상대 부모의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담임 교사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소통 오류로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도 마음이 매우 불편한 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알림장에 강하게 항의하거나 어린이집에 찾아가 핏대를 세울 생각은 하지 못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계속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교사 출신 작가의 웹툰 '어린이집 다니는 구나'를 보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한 측면도 약간은 있었다.

결국 어린이집에 보낸 메시지는 "선생님들도 순간적인 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겠지만 재발 방지에 신경 써달라"는 정도였다. 썼다 지웠다 몇 번을 반복하다 수위를 대폭 조절했다. 차라리 누가 나를 깨물었다면 들이받기라도 할텐데 아이 관련된 일은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살면서 이만큼씩이나 상대방에게 쓰는 메시지의 토씨 하나하나 퇴고하며 뉘앙스를 조절해본 적이 있었을까. 부모로 산다는 게 이렇게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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