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애 키우는데…"여자만 오세요" 금남의 땅, 맘카페[40육휴]

나도 애 키우는데…"여자만 오세요" 금남의 땅, 맘카페[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04.26 08:00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9주차 > 일상 속 육아정보 수집의 어려움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남자가 맘카페 가입을 시도하면 모게 되는 야속한 메시지. /사진=네이버카페 캡처
남자가 맘카페 가입을 시도하면 모게 되는 야속한 메시지. /사진=네이버카페 캡처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궁금한 게 생긴다. 멀쩡히 놀던 아이가 갑자기 칵칵 소리를 내면 기관지 문제가 아닌지 의심되고, 고개를 맹렬하게 도리도리 흔들어대면 뭔가 잘못됐을까봐 두려움에 휩싸인다.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가 소아과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얻는 데 그칠 뿐이다.

다른 집은 후기 이유식을 하루에 몇 그램이나 먹이는지, 보행기는 몇 개월부터 태워야 적절한지 알고 싶은데 정보를 얻을 곳이 부족하다. 이 많은 정보, 그리고 실시간으로 다른 육아 부모들의 의견을 알고 싶을 때 제격인 곳이 있다. 대표적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인 '맘카페'다. 그런데 대부분의 맘카페는 가입 자격을 '여성'으로 제한한다. 애 키우는 아빠로서는 무척 당혹스럽다.

육아정보·공동구매 기회 가득해도 남자에겐 '그림의 떡'
아기의 '도리도리' 증세가 걱정돼 네이버에 검색한 결과, 맘카페 위주로 유사한 질문이 많이 노출된다. 사실 애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다른 집 아이들도 이 행동을 하는지'다. /사진=네이버 캡처
아기의 '도리도리' 증세가 걱정돼 네이버에 검색한 결과, 맘카페 위주로 유사한 질문이 많이 노출된다. 사실 애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다른 집 아이들도 이 행동을 하는지'다. /사진=네이버 캡처

실제로 네이버나 구글에 육아 궁금증을 검색하면 유사한 게시물과 댓글이 다수 나온다. 이 중 대부분은 맘카페에서 오간 대화 내용인 경우가 많다. 게시물을 클릭하면 해당 질문은 읽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유사한 다른 글들은 카페에 가입해야 볼 수 있다.

가입을 시도하면 "여성회원만 가입 가능하다"는 팝업이 뜬다. 한 유명 맘카페는 "1974~2005년생 여성만 가입 가능"이라고 나이 제한까지 적용한다. 대략 가임기 여성을 상정한 제한 설정인 듯하다. 늦둥이 키우는 50대 부모나 '고딩엄빠'들은 애초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궁금한 게 있으면 아내에게 부탁해 해당 카페의 글을 검색해달라고 한다. 아내가 일하는 시간에 부탁하는 것도 곤혹스럽지만, 또 아이에게 당장 발생한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저녁 시간까지 묵혀두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아내에게 포털 아이디를 빌려 직접 카페 글을 검색해보고는 한다.

그나마 이건 전국구 맘카페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지역 맘카페 중에는 거주지 인증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 주소가 적힌 공과금 납부서를 인증하라고 하거나, 주소지가 나온 신분증을 요구하는 식이다. 여러모로 폐쇄적인 집단이다.

맘카페 빗장 걸어 잠근 계기는 '외부 유입 분탕'
한 맘카페 회원이 받았다는 변태의 쪽지. 단순한 변태가 아니라 성범죄자일 가능성도 크다. 결국 이런 것들 때문에 남성의 육아정보 접근이 어려워진 셈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맘카페 회원이 받았다는 변태의 쪽지. 단순한 변태가 아니라 성범죄자일 가능성도 크다. 결국 이런 것들 때문에 남성의 육아정보 접근이 어려워진 셈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들의 폐쇄성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여성 회원이 주로 활동하던 맘카페들은 그동안 수많은 공격에 시달렸다. 온라인에서 성별 갈등이 극으로 치달아가면서 일부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이 '좌표'를 찍고 맘카페에 조직적으로 가입해 게시판을 점령하거나 회원들끼리 공유하던 민감한 대화들까지 외부에 유출한 전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이른바 '변태'들이 맘카페에 가입해 아기 엄마들에게 접근을 시도한 사례도 많다. 카페에 올라온 여성이나 아이들의 사진을 다른 곳에 퍼뜨려 품평하거나, 모유 수유 관련 글을 올린 여성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 "나도 돈을 내고 당신의 모유를 먹고 싶다"는 성희롱을 하는 식이다.

주변 여성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들을 듣고 나니 여성만 받아주는 맘카페들을 마냥 비판하기는 어려워졌다.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문제의 싹을 자르는 데 '남성 회원 가입 제한'만큼 유효한 수단이 어디 있을까. 온라인 분탕 종자들의 해악에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애 키우는 아빠들이다.

몇 년 전 사라진 '아빠넷' 다시 볼 수 없나
그리워요 아빠넷. /사진=고용노동부
그리워요 아빠넷. /사진=고용노동부

아빠들의 육아정보 공유는 단편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육아게시판이나 마미톡 같은 앱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하지만 절대적인 정보의 양에서 십수년간 쌓인 맘카페의 내공을 따라잡긴 역부족이다.

몇 년 전 고용노동부가 추진했던 '아빠넷'이 그리워진다. 남성 육아 플랫폼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어느새 사라진 것 같다. 아빠넷 페이스북 페이지의 새 글은 2021년이 마지막이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나름 급증하는 시기였지만, 정부부처가 사업을 지속할만한 동력이 되기엔 충분치 못했던 듯하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03년 전국에서 104명에 불과하던 육아휴직 아빠들은 지난해 4만1829명까지 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13만2535명) 셋 중 하나는 아빠다.

육아 정보를 찾아 헤매다 느낀 건, 정보의 갈증에 시달리는 아빠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는 점이었다. 아빠넷이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간 탓에 수요 부족으로 사라진 거라면, 이제는 다시 추진해도 될 여건이 조성된 게 아닐까. 아니면 답답한 놈이 우물 판다고, 아예 아빠 육아 카페를 하나 만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최우영 기자

40 넘은 나이에 첫 아이를 얻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그 경험을 나누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