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씩 치르는 전쟁…그 이름은 '이유식'[40육휴]

하루 두 번씩 치르는 전쟁…그 이름은 '이유식'[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04.12 08:00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7주차 > 부모가 분노조절 연습, 이유식 먹이기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아기가 당근으로 만든 첫 이유식을 먹던 날. 저 손가락을 빨아먹는 것만 멈춰도 이유식 먹이기의 난이도가 대폭 내려갈 것이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기가 당근으로 만든 첫 이유식을 먹던 날. 저 손가락을 빨아먹는 것만 멈춰도 이유식 먹이기의 난이도가 대폭 내려갈 것이다. /사진=최우영 기자

싸늘하다. 숟가락에 아기 손가락이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아빠 손은 아기보다 빠르니까. 아기한테 이유식 한 입, 물도 한 숟갈, 그릇 뺏기지 않게 조심. 아기한테 다시 이유식 한 입, 이제 턱받이에 흘린 거 마지막으로 긁어서…

아기가 5개월쯤 자랐을 때 액상형 이유식을 처음 먹여봤다. 분유 아닌 음식을 생전 처음 접한 아기는 정신없이 이유식을 탐했다. 턱받이와 하이 체어, 아기 온몸이 순식간에 이유식으로 뒤발했지만 그래도 안심했다. 이 정도면 이유식 먹이기 쉬운 편이라고.

아기가 9개월 차가 된 요즘, 당시의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고 성급했는지 뼈저리게 느낀다. 많은 부모가 아기 이유식을 먹이면서 정신 수양을 한다는 말을 되새긴다. 이유식 먹이는 걸 '전쟁'이라고 표현하던데, 딱 그 말이 맞는다.

정성껏 만든 이유식 엎어버릴 때 '울컥'
다양한 종류의 시판 이유식. 사실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다. /사진=쿠팡
다양한 종류의 시판 이유식. 사실 가격이 그리 싸지는 않다. /사진=쿠팡

첫 이유식은 주재료가 당근이었다. 아기가 정신없이 먹는 모습에 빠져 살짝 맛봤는데, 간이 전혀 되지 않아 몹시 싱거웠다. 밍밍한 이유식을 더 달라고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같은 제품을 더 구하려 했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 등에서 당근의 대장균 오염 우려로 대대적 리콜이 일어나며 해당 제품이 단종됐다.

유튜브를 보며 이유식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부모도 자주 먹지 못하는 횡성 한우를 사다 삶고 밥과 섞어 죽을 끓였다. 브로콜리 같은 채소도 곁들였다. 그럴싸한 냄새를 풍기는 이유식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공급자 관점일 뿐이었다. 우리집 수요자는 집에서 만든 이유식을 애용하지 않았다. 가끔 성이 나면 정성껏 만든 이유식을 내동댕이치기도 했다. 멘탈이 흔들렸다.

결국 아기 입맛을 맞추면서 부모 멘탈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은 시판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었다. 여러 아기 입맛으로 검증한 시판 이유식은 꾸준히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여러 이유식 업체들이 과거에 소고기 함량을 속였다 적발된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시판 이유식에 별도로 소고기 토핑을 추가해 먹이게 됐다.

"제발 먹어라" 간청해도 아기는 그저 딴짓
삶은 뒤 갈아서 15g씩 실리콘 큐브에 소분해 냉동한 한우 우둔살. 어른에겐 한입거리에 불과한 양이지만 이유식에 첨가하면 아기가 무척 좋아한다. /사진=최우영 기자
삶은 뒤 갈아서 15g씩 실리콘 큐브에 소분해 냉동한 한우 우둔살. 어른에겐 한입거리에 불과한 양이지만 이유식에 첨가하면 아기가 무척 좋아한다. /사진=최우영 기자

하이브리드 이유식으로 아기 입맛을 잡았지만, 그래도 먹이는 게 쉽지는 않다. 세상 신기한 게 많은 아기 눈에는 모든 게 다 장난감으로 보인다. 이유식 먹일 때 쓰는 조그만 나무 숟가락부터 밥그릇, 하이체어에 달린 식판까지 모든 게 다 재미있게 보이나 보다. 양손에 다른 숟가락을 쥐여줘도 이유식이 담긴 숟가락을 탐한다. 아기 손에 잡히기 전 입에 빨리 숟가락을 넣었다 빼는 게 관건이다.

이유식만 먹는 것도 아니다. 흘릴까봐 걸어준 실리콘 턱받이부터 자기 손가락, 하이체어 안전벨트까지 죄다 빨아먹는다. 어른들은 옷이나 손에 음식이 묻으면 닦을 생각부터 하는데, 아기들은 그런 개념이 없어서일까. 실리콘 턱받이가 딱딱해서 불편한가 싶어 비닐 턱받이, 일회용 턱받이 다 써봤지만, 반응은 똑같다. 다 빨아먹고 뒤집어 놓는다.

아기 입에 영양분을 집어넣겠다는 확실한 목표만 생각하기로 한다. 입가에 묻은 것, 턱받이에 떨어진 것들을 다 싹싹 긁어서 입에 다시 넣어준다. 조그만 접시에 담긴 100g 남짓한 이유식 먹는 데 20분씩 걸린다. 이유식 먹이기를 마치고 나면 주변이 온통 축축하다. 그렇게라도 한 차례 전쟁을 끝내야 마음이 편해진다. 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아이 엄마들이 과일 그릇과 포크를 들고 뛰어다니며 애들 먹이려고 안간힘을 쓰던 광경을 본 게 떠오른다. 이제야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내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턱받이를 풀러 손에 들고 흔들면서 이유식을 먹는 모습. /사진=최우영 기자
턱받이를 풀러 손에 들고 흔들면서 이유식을 먹는 모습. /사진=최우영 기자

이유식을 온전히 먹이는 데만 집중하기도 힘든데, 성장 단계별 양 조절도 신경 써야 한다. 유튜브에 나오는 소아과 전문의는 이유식을 시작하면 분유를 서서히 조절해서, 돌 때는 500~600㎖까지 줄이라고 권고한다. 이유식은 슬슬 늘려나가는데 분유량은 줄어들지 않아 걱정된다.

그래도 입 짧은 아기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위안 삼는다. 아기가 분유를 자주 게워내 걱정하는 부모들도 많은데, 다행히 우리 아이는 한번 입으로 들어간 게 다시 나오는 일이 없다. 몸무게나 키 모두 잘 발달하고 있다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의 진단도 부모를 안심시켜 준다.

언젠가 분유와 이유식을 끝내고 부모와 같은 밥을 먹는 날은 올 것이다. 먹성 좋은 우리 아기도 밥을 거르고 친구들과 어울려 집 밖으로 놀러 다니는 일이 생길까. 식단이 뭐가 됐든 잘 먹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은 한결같을 것이다. 내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의미를 깨닫는 요즘, 이 마음 역시 한결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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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40 넘은 나이에 첫 아이를 얻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그 경험을 나누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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