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데리고 어딜 가도 고생…'집'이 최고다[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09.27 08:00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31주차 > 영아 동반 외출의 어려움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젖병도 장난감도 기저귀도 모두 넉넉히 구비된 최고의 놀이터, 바로 '집'이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이를 낳기 전엔 여행을 즐겼다. 꼬박꼬박 해외에 나가진 못해도 매년 전국 바닷가를 섭렵하며 지냈다. 부부 둘이 다닐 땐 저렴한 숙소에서 묵으며 온종일 돌아다녀도 몸이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모든 게 변했다.

지난 봄에 아기와 함께 서울-속초 여행을 다녀오면서 "당분간 여행은 힘들겠다"는 걸 체감했다. 너무 어린 아이는 장기간 차량 탑승을 힘들어하고 여행지에서도 컨디션 조절이 어려웠다. 그런 아이를 챙기는 부모 힘들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옛말에 생전 처음으로 동감했다.

해외여행 수하물보다 많은 '아기 짐'
동네 병원을 한번 갈 때도 유모차 밑 수납공간이 가득 찬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이와 집 밖에 다닐 때 가장 중요한 건 '준비물'이다. 성장하는 단계에 따라 내용물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 양이 줄어들진 않는다. 밖에서 아무 거나 사 먹어도 되는 성인과 달리 먹을 것부터 챙겨야 한다. 기저귀와 여벌 옷, 상비약과 쪽쪽이 등 몇 가지 전용 도구는 필수다. 차 트렁크를 상당 부분 채우는 유모차도 아직 필요하다.

비단 장거리 여행만 그런 게 아니다. 병원에 한 번 다녀오거나 동네 놀이터 산책을 나갈 때도 바리바리 싸 들고 간다. 최근 소아과에서 한 아기 엄마가 주변 부모들에게 "기저귀 하나만 얻을 수 있냐"고 물어보던 다급한 표정이 떠오른다. 저게 내 표정이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항상 외출에 앞서 '키트'를 챙겨둔다. 이런 준비를 마치고 외출한다는 자체가 '일'이 된다.

'불의의 상황' 닥칠까 봐 언제나 긴장
베이비스파에서도 차라리 물 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 최소한 다른 아이들과 부딪힐 일은 없으니까. /사진=최우영 기자

부모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집 밖에서 놀아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까운 장소를 여러 곳 찾아봤다. 아기 수영장,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동육아방, 베이비카페 같은 장소들은 나름대로 아기 친화적인 곳들이다. 일반 쇼핑몰이나 음식점과는 비교 불가능한 편리함이 있다.

그래도 돌발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놓칠 수는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아이가 다칠까 봐, 혹은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부모들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자체 공동육아방에서는 아기들끼리 서로 가까이 다가서자 두 아이 엄마들이 각자 경계 태세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 둘 다 순간적으로 손바닥을 펴고 손가락을 꼿꼿이 세운 채 팔을 어정쩡하게 들었다. 두 아이 사이에 과도한 신체 접촉이 일어나면 즉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사실 외출 준비물 챙기는 것보다 이게 더 큰 난관이다. 아기는 아직 사회 규칙에 미숙하고 위험에 대한 경계도 없다. 다 부모가 나서서 보호하고 막아줘야 한다. 집에서야 먹던 음식 바닥에 막 집어 던져도 그러려니 하지만 공공장소에선 애초에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집 소파에선 좀 굴러떨어져도 되지만 놀이터에서 갑자기 찻길로 뛰어드는 건 도저히 볼 수 없다. 제 아빠 얼굴에는 발길질 좀 해도 되지만 다른 집 아이 얼굴에 손톱을 대면 큰일 난다. 여러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이래저래 부모 손이 많이 간다.

다 갖춰진 '집'이 주는 편안함
두 집 아이가 한 방에서 자고 있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집에 가면 여행지처럼 별도로 홈캠을 설치할 필요 없이 애를 재울 수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긴장으로 가득 찬 바깥 세상과 달리 집에선 한없이 마음이 놓인다. 아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신의 영역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어디서 떨어져야 덜 아픈지, 어딜 두드려야 먹을 게 나오는지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편안한 말 그대로 '홈그라운드'다. 아이를 위한 물품은 항상 넉넉하게 준비돼 있다. 어른이나 집에만 박혀있는 게 답답하지 아직 어린 아기에게 집은 여전히 신나는 놀이터다.

가끔 근처에서 또래를 키우는 친구네 집에 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성장 단계가 비슷한 아기가 있으면 굉장히 편하다. 그 집에 있는 걸 먹이고 아이들끼리 같이 재울 수도 있다. 아기 옷이 더러워지면 빌려 입기도 한다. 한 부부가 한 아이를 돌보는 것에 비해 두 부부가 두 아이를 돌보는 게 훨씬 편하다. 육아 분업도 가능하고 각자 숨통 트일 시간도 대폭 늘어난다.

원래부터 알던 지인이 근처에 없는 경우엔 동네에서 '육아 동지'를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지역 맘카페 등에서 만나 친분을 쌓고 서로 집으로 초대해 공동 육아를 하는 것.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원래부터 알던 사이'처럼 친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과거 품앗이가 이런 식이었을까 싶다.

편하게 아기와 여행하는 날은 언제?
5년 전 여름휴가를 떠나던 때의 공항 풍경. 아내가 만삭 임신부일 때도 같이 여행을 다녔는데 이번처럼 집 밖으로 벗어나지 않은 여름은 처음인 듯하다. 언젠가 예전처럼 다시 여행을 훌쩍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이와 함께 집에만 있다 보면 가끔 여행 생각이 간절하다. 그때마다 "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만 참고 기다리자"고 되뇌어본다. 가끔 아기 없이 부부끼리만 여행 다녀오는 친구들도 있다. 이를 위해선 '아기를 일주일간 맡아주는 게 가능한 조부모'가 있어야 한다. 여건이 안 되는 부모들은 그저 부러워할 뿐이다.

그렇다고 아직 사회화가 덜 된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갈 생각은 전혀 없다. 준비의 수고로움과 외부 환경의 위험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서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로 인해 고통받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다. 우리 가족이 끼칠 민폐도 우려되고 아기가 남들에게 욕먹는 상황은 더 싫다.

가끔 영아와 함께 해외여행 가는 부모들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통 24개월 미만 아기는 성인 요금의 10%만 받기에 그 전에 아이 데리고 싸게 비행기 탄다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긴 비행은 아기가 버티지 못하기에 '최장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주로 가는 듯했다. 인천 출발 기준으로 베트남, 필리핀, 괌, 사이판 정도가 대략 그 정도 걸린다.

그들과 함께했던 비행시간은 언제나 끔찍했다. 이륙 이후 기압차에 놀란 아기들은 4시간 내내 울어댔다. 난기류를 만나 벨트 채우라는 경고등이 떠도 부모는 아기를 안고 달래보겠다며 통로를 쏘다녔다. 통로 쪽 좌석에 앉은 승객들 어깨가 아기 발에 채이는 것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부모가 많았다. 영아들이 탄 비행기는 항상 아수라장이었는데 요즘 유튜브에선 "우리 아기는 비행기에서 안 그래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만 나온다.

최소한 아이가 기압차에 놀라 울지 않을 나이까진 비행기에 태우지 않으려 한다. 그 이후에라도 앞좌석 등받이를 발로 찬다거나 소란을 피워 남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미리 교육을 잘 하려고 한다. 꼭 비행기가 아니더라도 공공장소에서 욕먹지 않을 최소한의 분별력을 갖추게 하고 싶다. 그날이 우리 부부가 마음 편히 아이를 동반한 여행에 나서는 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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