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사위를 특정 항공사에 취업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판이 6개월 만에 재개됐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순표)는 14일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의원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5차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전임 재판부의 명예퇴직에 따라 재판부가 변경된 이후 처음 열린 재판이다.
이 전 의원은 이날 하늘색 수용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문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재판부는 재판 시작 즉시 재판을 공개로 전환했다. 재판부는 "전임 재판부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라 준비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해 왔으나, 절차를 현저히 방해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검찰과 변호인 양측 동의를 얻어 공개 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전임 재판부에서 진행한 증거 선별 절차, 공소장, 양측의 의견서 등을 재차 확인 및 정리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검찰에 의해 과잉 수사가 이뤄졌고 기소권·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법정에선 검찰의 공소장 등을 두고 문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무혐의로 불기소하고 끝났어야 했음에도 포괄적 뇌물로 수사 및 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당초 이 전 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전 사위의 취업 지원을 엮어 부정처사후수뢰죄(공무원 등이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뒤 뇌물을 수수·요구하거나 제3자에게 공여·요구한 행위)로 수사하려 했으나, 부정행위와 사업 취업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자 포괄적 뇌물죄로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검찰이 제3자인 사위가 돈을 받은 것을 공무원인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기소를 위해 '경제적 공동체'라는 틀을 짰으나 경제적 공동체가 아님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소할 수 없었고 기소 직전 사위 서모씨를 공범으로 인지하고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장을 변경해 공소사실을 정리하도록 지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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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이 희망한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론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면서도 "가급적 증인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양측에 신문이 필요한 증인을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정리해달라고 했다. 또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 측에 증거에 대한 의견을 다음 기일 전까지 모두 정리해달라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다음 달 25일 오후 2시와 9월22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 사위 서씨를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채용하게 해서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급여와 주거비 2억여원이 뇌물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시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을 지냈던 이 전 의원은 항공업 경력 등이 없는 서씨를 채용해 지출된 급여 등으로 인해 타이이스타젯에 손해를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