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재판 불출석… 묘수일까 자충수일까

오석진 기자
2025.10.13 04:19

尹 비롯해 권성동·한학자 등 잇따라 조사 불응
"수사방향 몰라 방어 불리… 형량도 높아질 것"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통일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3대 특별검사팀 수사를 받는 피의자들과 이미 기소된 피고인들이 계속해서 조사와 재판에 불출석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특검 조사를 계속 거부했고 구속된 뒤로는 진행 중이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불출석이 결국 당사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한 피의자에 대해서는 체포나 구속을 통해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의 피의자들은 구속 등을 피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일정부분 협조한다. 구속된 상태에서도 재판에서 있을 불이익을 우려해 조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독 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피의자들의 경우 구속이 됐는데도 조사를 거부하는 일이 잦았다.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재판에 넘겨지기 전인 지난달 23일 "앞선 두 번의 조사에서 충분히 진술했다"는 내용이 적힌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나오지 않았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도 3차례 출석 이후 건강상 이유를 들며 조사에 여러 번 불응했다. 결국 이들 모두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구속기소됐다.

조사를 거부한 것은 재판에서 충분히 다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이 되자 받을 불이익이 더이상 없다고 판단하고 피의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법정에서도 억울하다고 주장하기 유리하다"며 "피의자 입장에서도 수사기관의 질문을 통해 본인의 범죄사실 중 어떤 취약점을 방어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피의자들 입장에선 조사가 이뤄지든 아니든 특검의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협조하지 않는 것"이라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없기 때문에 조사를 받지 않는 선택이 전략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고 조사를 피하는 것이 좋은 전략은 아니다"라며 "수사단계에선 더 많은 지인이 참고인으로 소환될 수 있고 앞으로 있을 재판에선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 구형량이 높아지고 보석 심문에서 검사가 의견을 강하게 낼 수 있다"고 했다.

조사뿐 아니라 재판에 불출석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윤 전대통령은 지난 1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열린 재판에 불출석했다. 당시 재판부는 "불출석사유서에는 건강상 이유가 기재됐다. 교도소 측에서 인치가 곤란하다는 등 의견은 없다"며 "피고인의 인치거부 사유 등을 조사하고 차기 기일부터 궐석재판 진행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면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불리한 결과를 마주할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그 어떤 재판부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피고인을 좋게 보지 않는다"며 "궐석재판이 진행되면 형량이 30~50% 정도 높게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곽 변호사는 또 "정치인들은 사면이나 복권 등 정치로 형벌을 해결하려 한다"며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아닐지라도 지지층이 없어지면 정치적 해결이 불가해지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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