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야" 휴대폰 사진첩에 가득한 X 사진…다 이유가 있다[40육휴]

최우영 기자
2025.11.29 08:01

[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40주차 > 아이의 건강 관리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언제부턴가 휴대폰 사진첩에 아기 사진과 함께 대변 사진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그나마 이해를 하는데 미혼인 친구들은 처음 보고 기겁하기 일쑤다. /사진=최우영 기자

얼마 전 예쁘게 자라는 딸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친한 동생에게 휴대폰을 건네줬다. 사진첩을 넘기며 아이 사진을 구경하던 그 친구는 갑자기 아연실색했다. 어느 순간 아이 사진은 없고 기저귀에 가득 담긴 대변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만 연이어 나오기 시작한 것.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 친구는 "아이가 귀여우면 대변마저 이렇게 저장해두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럴 리가 있나. 아무리 사랑스러운 아이라도 대변에서는 성인과 유사한 냄새가 난다. 특히 이유식을 졸업하고 성인과 비슷한 음식을 먹는 월령의 아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유독 대변 사진이 한가득 사진첩에 담긴 데는 이유가 있었다.

땀 흘리며 우는 아이…찢어지는 건 부모 마음만이 아니다
기록일지로 주로 쓰이던 아내와의 카톡창에 대변 정보와 사진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사진=최우영 기자

이달 초부터 아이가 용변을 볼 때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찬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용을 쓰더니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일을 치렀다. 변비였다. 예전과 달리 돌덩이 같은 대변을 누면서 항문에 살짝 찢어지는 상처까지 났다. 연고를 발라주는 부모 마음도 같이 찢어졌다.

몇 달 전 약한 변비에 걸렸을 때는 끼니마다 백김치를 한 사발씩 먹이고 치즈를 많이 주는 걸로 해결했다. 이번엔 이마저도 통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소아과에선 장내 삼투압을 높여 변을 묽게 하는 약을 처방해줬다. 원장님의 당부 조건이 있었다.

"변 상태를 관찰해 약을 끊을지 증량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아기가 용변을 볼 때마다 사진을 찍어 모아놨다가 다음 진료 때 저에게 보여달라."

그렇게 3주 전부터 휴대폰 사진첩에 아이 대변 사진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아내와 번갈아 가며 기저귀를 치우다 보니 서로가 확인하지 못한 대변 사진은 공유해야 한다. 아내와의 카톡 대화창에도 대변 사진이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정상 변과 딱딱한 변이 뒤섞이는 경우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내용물을 살짝 헤집어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래도 내 자식 건강 챙기는 일이기에 기꺼이 한다.

콧물 빼는 아빠 손 뿌리칠 땐 '답답'
소아과에 갈 때마다 부모 속이 상한다. 딸은 이런 마음도 모르고 다른 아기들 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신나게 돌아다니며 놀기 바쁘다. /사진=최우영 기자

그나마 대변 사진 찍는 건 아이의 저항이 없어 수월하다. 날씨가 추워지며 노상 콧물을 달고 사는 통에 하루에도 몇차례씩 콧물 흡입기를 사용할 때마다 전쟁이 벌어진다. 전동 흡입기를 코에 갖다 댈 때마다 아이는 그 느낌이 싫은지 울면서 발버둥 친다. 16개월 아기가 어찌나 힘이 센지 아빠 엄마가 모두 달려들어야 10여초 동안 양쪽 콧물을 겨우 뺀다. 아이가 싫어해도 어쩔 수 없다. 콧물이 귀로 넘어가 중이염에 걸렸던 적이 있는지라 강제로라도 빼준다.

아침마다 샤워하는 것도 쉽지 않다. 눈에 물이 들어가는 게 싫은지 얼굴을 비비며 운다. 샤워캡을 씌워주면 시야가 가리는 느낌이 거북한지 손으로 쳐낸다. 아이가 너무 싫어하지만 안 씻길 수도 없다. 매일 샤워하는데도 아침이면 사타구니와 턱살, 겨드랑이처럼 살 접힌 곳곳에 때가 껴있다. 발진이라도 생길까 두려워 아침마다 실랑이를 반복한다.

이젠 좀 말귀를 알아들을까 싶어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하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아직 16개월짜리 아이에게 구로지감(劬勞之感)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콧물 빼고 샤워할 때 가만히만 있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바라고 또 바란다.

이제야 와닿는 "튼튼하게만 자라다오"의 의미
한때는 처음부터 식사 예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이가 몇차례 밥태기를 겪은 뒤에는 "일단 많이 먹이고 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잘 먹기만 한다면 식탁 위로 올라타는 것쯤이야 봐 줄 만하다. /사진=최우영 기자

아내가 임신한 뒤 출산하기 전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인성교육은 어떻게 시켜야 할지, 공부는 잘할지, 부모 말은 잘 들을지, 시집간다고 남자친구 데려올 때 내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 할지…. 그야말로 기우였다. 그런 먼 훗날의 고민을 당겨쓰기엔 지금 당장의 건강 관리가 훨씬 더 시급하다.

어린아이들은 아직 면역체계가 엉성해서 성장과정에서 많이들 아프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직접 겪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히나 부모의 잘못된 관리로 감염되거나 다치는 꼴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정작 건강이 서서히 꺾이며 몸 곳곳이 아픈 40대 부모가 자기 몸은 돌볼 새도 없이 아이 상태만 예의주시하게 된다.

부모 건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더욱더 아이의 건강을 챙기게 된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성취할 그 모든 것들을 다 합쳐도 건강과는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까. 50여년 전 배우 박준규씨가 부친과 함께 나왔다던 영양제 광고의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문구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예절 교육, 지능 발달 같은 것도 다 아이 건강을 챙긴 뒤에나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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