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정서적 내전'에 지쳐"…국회 달려간 청년의 토로

김미루 기자, 김서현 기자, 이정우 기자
2025.12.02 06:52

[MT리포트] 비상계엄 1년, 12.3이 남긴 것 ②-5 국회 달려간 시민 인터뷰-20대 청년 A씨

[편집자주] 12.3 비상계엄 이후 1년이 지났다. 국민의 힘으로 계엄은 저지됐다. 민주주의는 복원됐고, 경제는 회복 중이다.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는 한편 12.3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들도 다시 살펴본다.
지난해 12월3일 계엄선포 이후 국회 앞을 사람들이 가득 채운 모습. /사진제공=A씨.

"계엄 당일 국회에 간 절 칭찬한 친구가 탄핵이 인용되자 크게 화를 내더라고요."

2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12월3일 밤 집에 누워 있다가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하고 친구들과 국회로 달려갔다. A씨와 친구들이 도착하자 경찰관들이 국회를 에워싼 상황이었다. 국회 상공에는 헬기가 날아다녔다. 국회가 계엄 해제 안건 표결에 들어가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국회 앞을 지켰다.

A씨는 "명백한 잘못이 있으니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연히 파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4일 뒤 예상치 못하게 탄핵 소추안이 부결됐다"고 말했다.

A씨는 계엄 당일 현장에 갔다가 귀가하면서 계엄이 해제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사진제공=A씨.

그가 더 놀란 건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윤어게인' 세력의 등장이다. 그의 주변에서도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A씨는 "무조건 진보 성향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도 어느새 소셜미디어에 부정선거, 윤어게인을 올리고 있더라"고 말했다.

계엄 이후 A씨는 극심한 갈등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계엄을 선포한 12월3일 이후에 정서적 내전이 더 심해진 것 같다"며 "일상에서마저 갈등이 양극화됐다는 현실에 무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일종의 종교처럼 변해버리면서 정치 얘기가 꺼려지고 윤 전 대통령의 재판 상황까지도 관심을 갖기 싫어지는 지경이 됐다"며 "좌파인 아버지와 얘기 나눌 때나 우파인 친구와 대화할 때나 똑같다"고 했다.

"극단화한 정치인들, 제자리 찾았으면"

그는 정치가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 A씨는 "정치인들이 더 극단화한 진영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좌우 가리지 않고 레거시 미디어가 아니라 개인 유튜버나 뉴미디어에서 많이 활동하고 의견도 강성이 되다 보니 중도층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뿐만 아니라 남녀 갈등, 세대 갈등도 양극화되긴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 5000만 국민 중 많이 달려봤자 100만개 수준인 댓글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대표하는 모습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A씨는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정치권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손을 내밀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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