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11일. 아침 9시 술에 취한 상태로 외제차를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고 부상자를 낸 20대 의대생 A씨가 기소됐다.
A씨는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의대생이었다. 그는 이에 앞선 2018년 여자친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A씨가 졸업을 앞두고 의사국가고시(의사국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성범죄 전과자의 의사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등 현실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강간·폭행·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 된다'는 제목의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A씨의 음주운전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68%였다. 그는 상대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혀 기소됐다.
앞서 A씨는 2018년 9월3일 오전 2시30분쯤 여자친구인 B씨의 원룸에서 B씨를 추행하다가 "그만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말에 격분해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른 뒤 성폭행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7시쯤 "앞으로 연락도 그만하고,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B씨의 말에 격분해 재차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A씨는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성 범죄는 부인, 음주운전 혐의만을 인정했다.
2020년 1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A씨가 B씨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성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B씨와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A씨와 검사 모두 항소했다.
'전북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전북대 관계자는 "학칙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A씨는 1심 선고 이후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병원 실습과 수업에 참여한 것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2020년 4월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간·폭행·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 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이런 가벼운 처벌 덕분에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 앞으로 의사가 되어 환자를 본다고 생각하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의사 면허라는 독점적 권리를 주는 것은 공동체 사회"라며 "의학적 지식만 갖췄다고 그런 어마어마한 특권을 줄 수는 없다. 자신보다 환자와 공동체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갖춰야만 그 특권을 부여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우리나라에서 의사 면허는 심지어 살인한 경우에도 영구박탈이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이런 범죄자는 아예 의사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글쓴이는 전북대 측에 A씨의 출교를, 복지부엔 A씨가 졸업 후 의사국가고시 응시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면허 부여를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4만명 이상이 동의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전북대는 총장의 최종 결재를 거쳐 A씨의 '제적' 처분을 결정했다. 제적은 전북대 학칙상 최고 수준의 징계다. '징계에 의한 제적 처분'을 당한 학생은 재입학이 불가능하다.
A씨는 징계가 확정되면서 국내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또는 졸업자)에게만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의사국가시험(의사고시)을 치를 수 없게 됐다.
다만 2011년 성범죄를 저질러 퇴학당한 고려대 의대생이 이를 숨기고 다른 대학 의대에 입학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사례를 두고 관련 범죄 전력이 있는 의대생의 의사고시 응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20년 6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간음행위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서 이뤄졌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A씨를 법정 구속했다. 원심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장애인복지시설 각 3년간 취업제한 명령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상 피해자는 저항하지 못했던 상태에서 범행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 고소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자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허위 진술을 하는 등 교묘하게 범행 당시 상황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에서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A씨가 2015년 미성년자 강간치상 혐의로 피소돼 불기소 처분받은 전력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받았으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결과 피고인은 소개팅 앱을 통해 미성년자가 포함된 다수의 여성과 조건 만남을 했거나, 시도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A씨는 또 한 번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