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봉투 접고 청소하는데...연봉 534억? '황제노역' 논란 언제까지

오석진 기자, 정진솔 기자, 이혜수 기자, 양윤우 기자
2026.05.27 17:15

[MT리포트]구멍 많은 노역제도①

[편집자주]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벌금을 내지 못한 수감자를 노역장에서 일하도록 하는 노역 제도에 구멍이 많다. 황제노역만 문제가 아니라 노역수 병원비에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 1953년 형법 시행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탓인데 이제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사진=Chat GPT

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벌금을 내지 못하는 수형자를 노역장에서 일하게 하는 '노역 제도'가 구멍 투성이다. '황제노역' 문제는 여전하고 일도 안하면서 벌금을 감면 받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심지어 몸이 좋지 않은 노역수를 치료하기 위해 벌금보다 많은 세금이 쓰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1953년 이후 큰 틀이 바뀌지 않은 노역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69조는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벌금을 납입하지 않은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해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 해당 규정은 형법이 만들어진 1953년 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교도소 내 작업장에서 쇼핑백 봉투접기나 박스 포장·봉제· 등 단순 노무에 참여하게 된다. 교정시설 내 청소나 환경미화를 담당하기도 한다. 오전·오후로 나눠 하루 4시간씩 진행된다. 중간에라도 남은 벌금을 납부하면 그 즉시 노역이 끝난다.

하지만 노숙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들 일부는 노역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건강 이상 등을 호소하면 정부가 치료해줘야 한다. 받아야할 벌금보다 병원비로 나가는 세금이 더 많은 경우도 발생한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어도 노역수가 몸이 좋지 않다고 주장하면 노역을 시킬 수 없다. 이 경우 일반 수형자와 분리돼 별도의 방에서 시간만 보내게 된다.

황제노역 문제도 여전하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는 벌금만 1465억1000만원이다. 라 전 대표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1000일간 노역장에 유치되고 벌금은 하루 1억4651만원씩 감면된다. 연봉으로 따지면 534억7615만원이다.

교정본부 과밀화가 심각해지면서 노역수에게 시킬 일도 없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과밀수용 문제가 심각한데 노역는 계속 늘어난다"며 "시킬 노역이 변변찮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벌금 미납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수벌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학계에서 종종 나온다. 벌금 일수를 정해놓고 피고인의 소득·재산에 따라 1일 벌금액을 정하는 방식이다. 벌금은 피고인이 낼 수 있는 수준에 가깝게 산정된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봉사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봉사를 잘 할지는 의문"이라며 "실효성이 있는 노역제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Chat 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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