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5·18 피해자 가족, 보상금 받았어도 위자료 줘라"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6.04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폭행과 총격 등으로 피해를 입은 희생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위자료 청구권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들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결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원고들은 5·18 당시 계엄군의 폭행과 총격, 군용차량 충돌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들의 가족들이다. 이들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은 바 있지만, 국가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가는 이미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이 지급됐고, 청구권 행사 기간도 지났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에서 5·18 피해자나 유족이 국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와 모든 분쟁이 끝난 것으로 본다는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보상금을 받았다고 해서 정신적 고통(위자료)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권까지 없애는 것은 위헌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과거에 보상금을 받은 유족이라 하더라도 가족을 잃은 정신적 고통이나 후유증 등에 대한 위자료는 국가를 상대로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일부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일부 가족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2심 법원은 일부 원고들에 대한 배상 범위를 확대했지만 형제자매 등 일부 가족들의 고유 위자료 청구는 인정하지 않거나 제한했다.

대법원 역시 피해자 가족들이 과거 보상금을 받을 당시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헌재가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또 일부 가족들의 고유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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