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해" 옷 벗겨져 숨진 간호조무사…'마약 음료 사망' 진실은[뉴스속오늘]

"피 토해" 옷 벗겨져 숨진 간호조무사…'마약 음료 사망' 진실은[뉴스속오늘]

마아라 기자
2026.06.04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25년 6월4일. 전 여자친구에게 필로폰을 탄 음료를 마시게 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9년을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피해 여성은 음료를 마신 지 약 6시간 만에 급성 필로폰 중독으로 숨졌다. 수사 과정에서는 피고인이 사건 직후 증거를 불태우도록 지시하고 "어차피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말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지만, 법원은 살인의 고의나 강제 투약 여부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전 남자친구 "피해자가 스스로 마약 복용"
헤어진 전 여자친구인 간호조무사 박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필로폰을 섞은 음료수를 먹게 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인 간호조무사 박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필로폰을 섞은 음료수를 먹게 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사건은 2024년 5월30일 발생했다. 당일 오전 11시21분 "전 여자친구가 자고 일어나 보니 움직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된 것.

숨진 여성은 당시 24세였던 간호조무사 박지인씨였다. 박씨는 충남 아산에 있는 전 남자친구 A씨 집 침대 위에서 옷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

신고 당시 A씨는 "박씨가 몸이 마비된 상태로 피를 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었던 박씨에게서는 사망에 이를 만한 외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검 결과 박씨 체내에서는 치사량에 달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검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을 급성 필로폰 중독으로 판단했다.

A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뒤 박씨가 자신이 갖고 있던 필로폰에 호기심을 보였고 스스로 음료에 타 마셨다"며 "박씨가 필로폰이 든 음료를 마신 뒤 목욕을 하고 잠들었으며 자신도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스스로 복용했을 가능성 작다"
심부름센터 직원의 증언으로 폐가에서 발견된 태워진 음료수 병 잔해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심부름센터 직원의 증언으로 폐가에서 발견된 태워진 음료수 병 잔해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수사 과정에서는 A씨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났다.

박씨는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며 약물 관련 교육을 받아온 인물이었다. 유족은 "피해자가 스스로 필로폰을 복용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법의학 전문가들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필로폰은 쓴맛이 강해 다량 복용 시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다"며 "치사량을 복용한 사람이 이후 목욕까지 했다는 설명은 매우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사건 직후 A씨 부탁을 받고 증거물을 처리했다는 심부름센터 직원 증언도 나왔다. 이 직원은 "A씨가 헛개차 병이 담긴 쓰레기봉투와 각종 서류를 가져와 폐가에서 태워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A씨가 주머니에서 약 봉투를 꺼내 함께 불태웠다"며 "친구와 통화하면서 '원래 그만큼 먹이면 안 되는데 털어 넣었다', '어차피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증거도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A씨와 당시 동거 중이던 지인 B씨는 박씨가 사망하자 휴대폰을 버리는 등 증거 인멸을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긴급체포 된 B씨는 "A씨가 헛개차에 마약을 타서 박씨에게 먹였다"고 증언했다. 사건 2개월 전엔 자신이 A씨와 필로폰을 구매했으며 호텔에서 술에 필로폰을 타서 마셨다고도 자백했다.

증거 부족에 '살인' 아닌 '상해치사'…대법원 판결은?
헤어진 전 여자친구인 간호조무사 박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필로폰을 섞은 음료수를 먹게 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가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인 간호조무사 박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필로폰을 섞은 음료수를 먹게 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가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A씨는 박씨에게 필로폰 3g을 탄 음료수를 먹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필로폰 1회 투여량은 통상 0.03g으로 박씨가 마신 양은 100명분 수준이다.

재판에서도 A씨는 "피해자가 호기심에 스스로 필로폰을 투약한 것"이라고 앞선 진술과 같은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며 진지한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다만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만 인정됐다. 고의로 필로폰을 먹여 숨지게 했다고 볼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A씨는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2심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양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결국 항소심에서도 징역 9년이 유지되자 A씨는 상고장을 제출했고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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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아라 기자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입니다. 연예·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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