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서 사모펀드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회생 신청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사모펀드라는 투자 주체 자체라기보다 저금리 환경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해 온 투자구조에 있다고 봅니다."
수원회생법원장을 지낸 회생제도 전문가 김상규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사모펀드가 회생 신청을 반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저금리 시기에 형성된 공격적인 레버리지 구조가 고금리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결과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 현상에 소비 침체까지 겹치면서 파산과 회생 절차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법인 파산 신청은 2021년 995건에서 2025년 2282건으로 꾸준히 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회생 사건은 2019년 1003건에서 코로나19 이후 잠시 줄었다가 다시 늘어 2025년에는 1321건으로 집계됐다.
구조조정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일부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변호사의 생각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고금리·고환율·고유가에다가 내수부진·PF조정 등이 맞물리면서 구조적 압박이 전산업에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선택하는 기업과 아닌 기업 사이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실무 역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절차가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시장 신뢰와 영업 기반도 약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법률 지식뿐 아니라 금융·투자·M&A까지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기업이 회생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변호사는 "현직에 있을 때 회사가 안 좋아지는 것을 수습하려다가 더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빠른 판단으로 최소한의 영업 기반이 갖춰져 있을 때 회생 절차를 밟아야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며 선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회생 회사가 살아나면 시장 자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생 과정에서의 M&A 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김 대표변호사는 "회생 M&A가 시장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과거엔 무조건 공개매각을 통해 입찰해서 진행했다면 요즘은 스토킹호스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후에 공개매각을 진행해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29년간의 법관 생활 중 수원지방법원 파산부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수원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수원회생법원장까지 역임하는 등 9년간 회생 실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다. 그의 손을 거쳤던 기업 사건으론 STX조선해양, 삼부토건, 카페베네 등이 있다. 로백스에 새로 둥지를 튼 김 대표변호사는 로백스의 구조조정센터장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