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 성소수자, 농어촌 청소년 등 처한 환경이 다른 만큼 위험 요인과 필요한 지원도 달라져야 한다."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박홍재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을 하나의 집단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했다. 정부나 의료기관 중심으로만 설계하는 자살 예방 정책도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와 호주 웨스턴시드니대에서 16년간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한 박 교수는 여러 복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호주의 복지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가까이에서 보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실천론'을 가르치며 헤드스페이스, 라이프라인을 포함해 병원과 NGO(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복지 현장에 학생들을 실습 보내고 있다.
환경이 다른 만큼 해외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한국 사회의 현실에 맞는 '한국형 자살 예방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과 호주는 입시 경쟁이나 사교육 구조 등 사회적 요인과 청소년 생활 방식 등에서 차이가 크다"며 "해외 제도가 잘 작동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한국 상황에 맞게 재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청소년 자살 예방은 위기 직전의 개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청소년의 전반적인 삶의 조건을 바꾸는 방향으로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살 이후 주변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후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사건을 제한적으로 다루거나 충분한 애도와 심리지원 없이 넘어간다면 주변 사람들이 충격과 죄책감, 모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도와 심리 회복 지원 체계도 자살예방 정책의 중요한 축이라는 설명이다.
온라인 환경 변화에 맞춘 대응도 과제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청소년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라고 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나 위험 콘텐츠를 구분하는 디지털 안전 교육, 학교와 상담기관의 연계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