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코스닥, 막힌 혈 뚫어야 산다(下)

코스닥이 도입된 지 30년이 됐지만 지수는 거꾸로 가고 있다. 1000으로 출발했던 지수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900대에 머물러 있다. 30년 정체 끝내고 봄 찾아올 수 있을까. 다만 하반기에는 코스닥 시장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예정돼 있어 반등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은 916.18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1월2일·945.57)와 비교하면 오히려 역성장했다. 올해 최고치인 지난 4월27일 1226.18(종가기준)과 비교하면 25%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은 30년째 1000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코스피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극명하게 보인다. 코스피는 올해에만 2배 상승했다. 지난 19일 장중 9385.59로 9000선을 돌파하며 1만 시대가 가시화됐다.
코스닥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도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코스닥150지수를 기초로 한 KODEX 코스닥150(16,565원 ▼145 -0.87%)은 연초 1만5801원에서 이날 1만6565원으로 5%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15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10,735원 ▼185 -1.69%)는 같은 기간 1만2000원에서 1만735원으로 역성장했다. 이들 상품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자금이 몰리는 등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ETF다.
이와 달리 코스피100 지수를 기초로 한 KODEX 코스피100(111,500원 ▲1,800 +1.64%)은 연초 4만9020원에서 이날 11만1500원으로 127% 상승했다.
다만 시장에선 하반기 코스닥 관련 정책 발표와 시행이 본격화하는 만큼 반등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이 외형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시장의 기대감을 모으는 대표적 정책 중 하나는 코스닥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할 국민성장펀드다.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을 기반으로 5년간 총 150조원을 공급하는 정부 주도 정책펀드로 첨단전략산업과 관련기업 육성, R&D(연구·개발), 벤처·스케일업 생태계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자펀드 자금 일부는 비상장기업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에 신규자금 공급 방식으로 들어간다. 기관투자자용 국민성장펀드에는 코스닥리그도 도입됐다. 이는 성장 단계 기업의 자본 조달을 뒷받침하는 자금으로 평가된다.
코스닥 시장을 1·2부로 나누는 세그먼트 제도는 내년 초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 하반기 구체적인 기준 등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시장에선 세그먼트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서 우량 기업을 구분할 수 있어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의 가장 큰 문제는 시가총액에 비해 매출·영업이익 등 지표가 받쳐주지 않아 투자자들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숫자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기업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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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코스닥 프리미엄 대표지수·ETF 도입, AI(인공지능)·에너지·우주산업 등 혁신 벤처기업 상장을 위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도입, 저PBR(주가순자산비율)기업 공표(10월 예정), 중복상장 원칙 금지 등도 코스닥 기업들의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예정돼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0년 외형적으로 성장했으나 시장의 신뢰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급등과 급락, 테마와 실적의 괴리,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혼재가 코스닥 할인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 '성장 사다리' 흔들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사이 코스닥은 거래대금이 연내 최저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의 높은 회전율이 코스닥 시장의 유동성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 살리기'에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인 배경엔 증시 양극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104억원으로 전월 대비 35.7% 줄어 연내 최저를 기록했다. 연중 최대로 불어난 같은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50조3381억원·전월 대비 0.25% 증가)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대형 반도체주 쏠림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지적된 코스닥 약세 원인이다. 이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국내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 내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26.2%, 25.4%로 절반을 넘겼다.
정부가 투자자금 리쇼어링(자국복귀) 전략의 일환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한해 허용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쏠림을 가중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단일종목 ETF 16종의 합산 순자산총액은 상장 첫날인 지난 5월27일 5조75억원에서 이날 14조7660억원으로 뛰었다. 반대로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5월26일 16조2487억원에서 이날 7조8997억원으로 감소하며 하락세가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단일종목 ETF 가운데 회전율이 100%를 웃도는 레버리지 ETF의 영향에 주목한다. 과거 대세적 강세국면에선 대형주가 상승하면 위험선호 자금이 변동성 높은 중소형주로 갈아타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레버리지 ETF가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다. 중소형 기술주의 '성장 사다리'로 통하던 코스닥 증시에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ETF가 끌어올린 회전율이 코스닥 시장에는 닿지 않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의 '일평균거래대금 가정 기준 변경과 전망치' 보고서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등 투자자들의 거래가 확대되면서 올해 주식 회전율은 339%로 지난해(214%)에 비해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26조원에서 올해 75조원으로 18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거래대금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와중에 코스닥 거래대금은 외려 감소, 증시 활황이란 훈풍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ETF 상장 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만 오르고 여타 종목 수익률이 부진했는데, 코스닥 종목 대다수가 여기에 해당했다"며 "하루에 여러차례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일이 드문 여타 종목과 달리 '매매목적의 상품'인 단일종목 ETF는 높은 회전율로 자금쏠림을 심화했다"고 밝혔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낮은 주당 가격으로 고가 대형주에 대한 레버리지 익스포저를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대형 반도체주 매수보다 진입장벽 낮은 고민감도 투자수단을 제공하고, 기존 성장주로 향하던 모멘텀 수급까지 대형 반도체 단일종목으로 재배분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코스닥 시장 향방이 코스피 시장에 종속되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급이 부진한 와중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는 개별종목마저 부재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개인 순매수 상위종목은 1~20위 모두 코스피 종목이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선 파두(9위)·삼천당제약(17위)이 20위권에 들었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 비해 부실한 코스닥의 펀더멘털이 지적되지만 시장의 쏠림도 주요 원인"이라며 "코스피 내 S7(삼성전자·SK하이닉스·SK스퀘어·삼성전자우·삼성전기·삼성생명·삼성물산)으로의 쏠림이 완화될 때 비로소 바이오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